정말 그럴까
ㅣ잘 모르겠어
올해 가장 자주 썼던 말이다. 너무 자주 쓰면 안 좋다고 생각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생각이든 마음이든 명확하고 뾰족할수록 더 재밌고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물론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게 맞다.
문득,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순간에 내가 정말 몰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ㅣ정말 모를까
1. 말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짜 몰라서가 아니라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모르겠다는 말을 쓰곤 했다. 모르겠어. 글쎄. 하지만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통 상대는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사람, 말하고 싶지 않은 거구나.
2. 알아차리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기억이나 감정을 덮어두고 싶을 때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특히 마음이 하는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어지거나 혹은 무너지리라는 걸 알기에 거부하는 거다. 본인의 욕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 이성으로 억누르고 싶을 때도 그렇다.
3. 확신이 없어
나름대로 답을 내려놓고도 망설여질 때 모르겠다고 하기도 한다. 그게 옳은가? 후회하지 않을까? 2번과 비슷한 에너지다. 막막함에 사로잡혀 자신감을 잃었을 때 쓰기도 한다.
4. 알긴 아는데 정확하진 않아 or
알긴 아는데 조금밖에 몰라
상대가 어떤 정보를 물어봤을 때, 내용을 알기는 아는데 정확하지 않거나 상대가 원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를 때도 모른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모르는 게 아니라 조금 아는 것이다.
5. 진짜 모를 때
진심으로 모를 때도 있다. 정보든, 마음이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게 좋다.
결국 잘 모르겠다고 말할 때 진짜 모르는 경우의 수는 1가지뿐이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