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 몇 년 전에 포기한 것들을 생각한다. 특히 영어 공부가 나에겐 아픈 손가락이다.
전공 특성상 대학교를 다닐 때 나보다 영어를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취업 준비생이 되어 해외 인턴까지 다녀오자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졌다. 나보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정말이지...너무나도 많았다. 오픽 AL을 따내고 주변에서 너 정도면 잘하는거야ㅡ라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소용 없었다. 남들과의 끊임없는 비교 속에 영어를 써야할 때마다 움츠러 들었고, 이 상태에서 영어가 중요한 회사에 가면 내가 얼마나 더 주눅이 들지 눈에 선했다. 그래서 '영어 안쓰는 회사를 가면 되지', '영어 안쓰고 살 수 있어'ㅡ라며 자기 위로를 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영어 실력이 좋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직장도 많으니까. 그렇게 취업을 하고, 바쁘게 살다보니 영어는 점점 내 생활과 멀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영어 공부를 한다. '내가 꼭 영어를 포기해야 했을까?' 하는 질문이 그 뒤로 나를 계속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를 포기했지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여전히 동경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보니 그때 내가 얼마나 영어를 잘 했었는지, 유학파 만큼은 아니지만 정치를 주제로 가벼운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됐었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영어를 놓는 바람에 지금 얼마나 영어 실력이 떨어졌는지도 체감했다.
'그때 내가 영어 공부를 계속 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지금부터 내가 영어 공부를 계속 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 여섯의 나는 이미 영어를 잘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어떤가. 서른 한 살이 되어 그때를 돌아보니 정말 너무 어리고 똑똑하다. 그렇다면 10년 뒤 마흔 한 살이 된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보면 똑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나이라는 틀에 사람을 가둬놓고 억지로 우겨넣는 문화가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나도 그 문화에 짓눌려 왔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보면 분명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시절이다. 그러니 늦었다고 모든 걸 놔버리지도 말고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ㅡ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늦었어' 라는 생각을 하는 대신
'그래서 지금부터 뭘 해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나에게 더 유용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영어 공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