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최근 내가 내린 결론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오히려 사람을 괴롭힌다는 거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해봤다. 꽃일이 그랬다.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원데이 클래스로 꽃을 접했다. 꽃을 다듬고, 꽃이 바구니 어디에 들어가야 이쁠지 고민하는 시간 동안 아무런 잡념도 나지 않았다. 똑같은 꽃을 써도 사람마다 다른 모양새를 가졌다. 그게 참 매력적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배우려고 하던 게 이 업계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알려면 최대한 빨리 많이 경험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처음엔 웨딩 꽃장식 아르바이트를 다녔다. 인건비가 중요한 업계인 것 같았다. 주 5일씩 관여도가 높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일용직 계약서를 쓰는 일이 허다했다. 그나마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호텔 웨딩은 밤을 새는 일이 많았다.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면역력이 와르르 무너지는 걸 너무 잘 알았고, 생각보다 잦은 철야에 마음을 접었다.
다음으로는 꽃집에 취업을 해 1년을 일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변변치 않았다. 하루 8시간을 꼬박 서있어야 했고, 꽃 발주, SNS 응대, 워크인 고객 응대, 예약건 쳐내기 등 숨 돌릴 틈도 없었다. 배수가 되지 않아 물통에 물을 모아 화장실에 버려야 했고, 당시 지점 매니저였던 나는 직원 교육까지 해야 했다. 결국 집에 일을 들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차는 3개월에 1개였는데 그마저도 3개월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독특한 사규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받는 돈은 200 초반.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대가라고 여겼다. 하지만 결국 그곳을 떠났다. 쉬는 날마다 몸 여기저기가 아팠고 도저히 외출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다. 엑셀을 왜 쓰는지 알 수 없는 수기 업무 때문에 지쳐갔고, 개선 필요성과 해결 방안을 제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건 환상이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해로운 너무 많은 것들을 감당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만약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면 시작도 안 했을 것들을.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만족하고 살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라고 여전히 믿는다. 다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고 그게 아니면 불행하다는 생각에 괴롭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