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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지

선택한 길과 선택하지 않은 길

최적의 길은 없다.

by 채채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 단 한 번의 삶 > 에 나온 이야기다. 제자들 중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제가 작가로서 소질이 있을까요?"

"제가 작가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그런 질문을 하는 친구들 중 실제 작가가 된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그냥 묵묵히 계속 쓰던 친구들은 결국 작가가 됐다고 말한다.


자주 보는 유투버 '뉴욕털게'님이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최적화의 병'이다. 나한테 맞는 일, 나를 위한 일, 내 인생 최적의 경로가 있다고 믿는 고정 관념때문에 사람이 괴롭다는 거다. 김영하 작가에게 위의 질문들을 던졌던 학생들도 아마 이 최적화 병에 걸려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로 소질이 없다면 안 하고 싶어. 그게 합리적이지.'

'나에게 더 좋은 길이 있으면 어떡하지? 작가가 최선일까?'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 본인이 작가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 할 정도면,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꽤 크다는 반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지는 딱 2가지다. 글을 쓰거나, 쓰지 않거나. 그리고 글을 쓰기로 선택했다면 방법은 다양할 거다. 안정적이지만 워라밸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근무 외 시간에 본인의 글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혹은 글을 쓰는 직업(에디터나 기자)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방식이 있겠지.


학생들의 마음을 100프로 이해한다. 나도 용하다는 점집에 가서 뭘 해먹고 살아야 잘 살지 물어보고 거기서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요즘은 가급적 누구에게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조차. 뭐가 됐든 본인이 선택하고 그걸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잘 가꾸어 가면 된다는 걸 이미 알기 때문에 그렇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용기가 없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에.


그러니 최적의 길이나 정답은 없다. 선택한 길과 선택하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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