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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시뮬레이션

나는 꿈을 꾸었다

by 필력

참 희한한 꿈을 꾸었다.


나는 친하게 지내던 가정과 이별을 앞두고 있다.


담담했다.


일상을 잘 영위했다.


그런데 꿈을 꾼 것이다.


나는 원래는 이별이 어려운 사람이다.


정이 좀 많다.


그냥 이별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 엄마가 영영 집을 나갔다.


그 후 한번 정을 준 사람을 정을 떼기 어려운 일이 됐다.


나는 그것의 해결방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았다.


얕게 사귀었다.


이유는 그거다.


이별에 대비하기 위해...

무슨 이유이건 그 사람이 떠나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아예 정이 안 들게 사귀는 것 말이다.


이해하겠는가.


정이 들까 봐 이별이 무서워 사람을 깊이 사귀지 못하는 것 말이다.


이 가족은 나에게 참 여러 가지를 선물했다.

십 년의 세월 동안 동고동락한 것이다.

일방적인 사랑을 많이 받은 것도 같다.

집 앞까지 쿠키를 구워다 준 일, 코로나 때 먹거리 박스를 집까지 갖다 준 일, 옷이 없을 때 안 입는 옷들을 전해줘서 잘 입고 다녔다.


그렇게 가끔가다 뭘 잘 갖다 줬다.


어릴 때 그 집 아들이 우리 아들 얼굴을 할퀴어서 서운하고 화났던 일


닭곰탕 먹으며, 치킨도 만들어 먹으며 담소했던 일,

무수히 많은 대화를 했던 일


세월이 정이 들게 했다. 세월이 관계의 깊이를 만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사를 간단다.


그게 그렇게 말끔하지가 않다.


장난꾸러기 그 집 아들들이 크는 모습도 이제 못 보게 됐다.


명목은 이사인데 이곳이 떠나고 싶어서 가는 이사다.


담담한 줄 알았는데 꿈을 꾼 것이다.


그 집 식구들과 이곳저곳을 다녔다. 동네도 산도 그 집 아파트도 계속 계속 따라다녔다.


산으로 산으로 구불구불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그 집 사람들이 없어져 버렸다.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왔던 길을 돌아서 우리가 살던 익숙한 동네를 잘 찾아냈다. 그리고는 택시를 잡아타고 온 것이다.


꿈에서의 마음은 이랬다. 그 집 사람들이 없어졌지만 나는 내 갈길을 간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


이제 나는 정에 연연하지 않고 영향도 받지 않고 사는 것 말이다. 공감능력이 많은 나는 이별이라는 이슈가 그렇게 좋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한동안 마음 아픈 것도 하지 않길 바란다.


내가 살기 위해 말이다.


꿈을 꾸고 마음을 정리하길 바란다.


마치 이 꿈은 나의 마음을 달래는 이별시뮬레이션 같다.

내 마음의 완충작용을 위한 이별연습말이다.


그래도 마음 한켠이 씁쓸하고 아프다.


'자매 같이 잘 지냈는데 뭐가 싫었을까?'


보석하나가 사라지는 듯 아쉬운 마음이다.


참 복잡한 이 마음을 추스르고 단순하게 살도록 마음을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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