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앞으로 스무개의 폭탄을 맞을 예정이다.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by 필력

아주 작게 잡은 것이다.


어쩌면 100개가 될 수도 있겠다.


나는 특전사다.


삶의 특전사.


나는 아버지와 살며 아버지라는 폭력, 폭언, 불행의 폭탄이 올 때 온몸으로 육탄 방어했다. 나는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처럼 회복되고 회복됐다.


이겨냈다.


결혼하고서는 남편이 가져다준 폭탄이 있었다.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지켜야 될 부하(아이들)가 있었기에 또 온몸으로 맞으며 고난의 대포를 막았다.


나는 또 회복되고 회복되고 이겨냈다.


지금은 어떤가.


나는 아이들이 가져다준 자잘한 폭탄들을 폭탄인 줄 모르고 막아내다가 부서지고 부서진다.


큰 폭탄에는 살아내던 사람이 자잘한 폭탄 앞에서는 금세 무너지는 몸뚱이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폭탄을 견디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고 지금은 이것이 폭탄인 줄 알아채는 능력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폭탄의 지뢰밭을 건너고 있다.


그 폭탄은 어림잡아 스무 개는 터질 예정인 것이다.


나는 온몸으로 폭탄을 맞고 견뎌내는 능력을 과신했다. 지금은 작은 폭탄에도 모래처럼 가루가 된다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만 한다.그래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폭탄에 부서지고 나서야, 회복 불가능의 너덜너덜한 몸이 되고 나서야 도움을 요청하면 안 되는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와의 폭탄, 남편이라는 폭탄에서 부상을 입었던 부상자, 생존자였는지 모르겠다.


그런 줄도 모르고,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자꾸 온몸으로 막아내려 한다.


자꾸 현실 인식을 못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나다.


차라리 앞으로 스무 개의 폭탄이 터질 예정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겠다.


지금 하나의 폭탄이 터졌다.


나는 위험을 감지했고 내가 너덜너덜해지고 부상을 입었다.


도망가거나 휴식하거나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 글은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몸부림의 글이다.


나는 이 글을 쓰고 울었다.


며칠 동안 내 몸속에 있던 폭탄의 잔해를 꺼내 놓았다.

keyword
이전 07화나의 놀부심보를 알아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