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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덜 행복하기로 한다.

행복단속

by 필력

나는 행복을 아낀다.


활짝 웃으며 행복을 만끽해야 하는데 슬며시 올라간 입꼬리를 단속한다.


삶의 특전사는 그러면 안 된다.


너무 행복해서 긴장이 풀어지면 불행에 대비할 수가 없다.


행복에서 불행으로 가는 낙차가 너무 커서 충격이 크다.


그러지 않기 위해, 낙차를 줄이려면 불행과 맞서 싸우려면 긴장이 완전히 풀어지면 안 되는 것이다.


이해하겠는가 불행을 대비하려 행복을 단속하는 것 말이다.


이걸 잊어버렸었다. 딱 일 년 반 만에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행복은 딱 일 년 반이었다.


축배를 들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깔깔대고 웃었다.


어둠은 외면하고 밝은 길로만 걸어갔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거부할 수 없는 고통의 쓰나미가 시작될 때 말이다.


좀 작게 웃을걸, 좀 덜 기뻐할걸, 좀 덜 행복해할걸 하고 후회를 한다.


행복했던 순간 때문에 고난의 시기인 지금이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할 때 덜 행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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