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망덕한 사람이 됐다.
세월이 빠르다. 교회를 십 년 가까이 다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나는 원래 한 곳에 정착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직장도 교회도 집도 무수히 옮기고 이사 다니고 그랬다.
만약 그런 걸 하지 못하면 집안 가구를 옮기고 배치를 수시로 바꾼다.
나는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어려서 정말 많은 이사를 다녔다. 그러니 학교도 수시로 전학을 갔다. 전학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적응하기에 바빴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몸에 밴 습관으로 자리 잡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일 년 이년 삼 년이 되기 전에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이번에는 참 오래 다녔다.
이유가 있다. 이번에는 내가 살던 삶이랑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옮기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마다 참고 또 참아 십 년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잘해주셨다.
이곳에서 많은 도움과 감사할 일이 많았다.
그곳을 이제 나오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가정의 힘든 일이 터지며 내가 이겨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
하루하루 숨을 쉬며 사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다.
나는 어떡해서든 몸부림을 친 것이다.
각종 방법을 찾아가며 안정을 깨뜨릴 생각을 한 것이다.
이유가 있다. 나는 안다.
한 가지의 고통이 너무 크니, 다른 고통 즉 무언가를 뒤집는 것으로 대체할 생각을 한 것이다.
이해하겠는가. 고통을 잊으려 다른 일을 만드는 것 말이다.
내가 무너진 상태에서 가만있지 못하고 일을 벌이는 것 말이다.
그런데 내가 고통을 느끼는 한 이것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내 의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왜냐면 옮겨야 될 각종 구실을 갖다 대며 나 자신을 설득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니 내가 뭘 하고자 하면 그것으로 되게끔 당위성을 잘도 만들어낸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을 나 자신을 잘도 설득한다는 말이다.
감사하게도 어딜 가든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이것이 복이라면 복이겠다. 부모복 없는 사람의 사람 복인 것 같기도 하다.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직장 옮기는 거와 다르게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나는 설득했는데 기존 교회분들은 납득을 못 시킨 것이다.
나의 바보 같은 결정일지라도 그냥 생긴 데로 마음 편한 데로 살아보려 한다.
머물러있는 고통이 옮기는 고통보다 크기에 내린 결정이다.
무엇보다 십 년 동안 마음이 깊어진 게 아니라 서서히 식어갔다.
자유로운 영혼이라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