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재미없는 날
오늘은 축제날이다.
작년에도 축제가 있었다. 무척 설레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학우들과 점심을 먹고 장기자랑도 하는 시간이 재밌었다. 말도 안 되는 코믹춤과 노래를 불렀었다
오늘도 시트콤 한편 찍어야지 하는 기분으로 학교에 왔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학우들과 앉아 있었지만 즐거워 보이는 학우들에 비해 흥이 안 났다.
나는 괜히 겉돌았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아나바다 장터나 구경하고 천 원짜리 투명파일만 잔뜩 사 왔다. 천 원짜리도 열개 넘게 사니 돈이 많이 나간다. 괜히 학우들에게 나눠주며 플렉스(?)한다.
뭔가 즐겁게 얘기하는 학우들 틈에 나는 별로 하고 싶은 얘기도 없다.
요새 누구를 만나도 그렇다. 별로 하고 싶은 얘기가 없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참여율이 저조해서 소박하게 몇몇의 학우들이 고기도 구워 먹고 과일도 풍성하지만 나만 딴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시들하다.
시트콤처럼 웃을 일을 만들려던 계획은 오늘은 안 되는 모양이다.
또 겉돌다가 또 아나바다 장터에 가서 천 원짜리 파일을 몇 개 더 사 왔다.
우리 자리로 돌아와 보니 학우들이 노래방 기계를 갖다 놓고 본격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엉덩이를 흔들며 손가락을 휘휘 저으며 과도하게 흥을 돋우며 노는 학우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들도 나처럼 오늘 시트콤을 만들려는 계획일까?'
만약 그렇다면 성공이다. 무척 즐거워 보였으니까.
오늘, 나는 실패고 그들은 성공이다.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춤을 보면서 인생의 힘듦을 껴안고 사는 부모들의 몸부림이 보였다.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이 장소에 더 있다가는 오히려 피곤이 밀려올 것 같았다.
나만 즐기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 학우에게 먼저 가겠다고 귓속말을 하고는 쓱 자리를 빠져나왔다.
학교에서 먼 곳에 주차한 자동차를 찾으러 갔다. 집으로 오는 길.
지금 빠져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