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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매력 없는 사람이 되었다.

by 필력

나는 지금 평생의 나와 다르게 살고 있다.


지금은 정착기라기보다는 과도기인 것 같다.


나는 기분 나쁜 것을 잘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냥 속으로 참고 넘어가거나 과도하게 이해하는 척했다. 나는 문드러지고 상대를 이해하려 애썼다.


참다 참다가 안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사람과 멀어진다.


그러다 올해부터 이제부터 참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람들을 참아주다가 힘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는 말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말하기 시작하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상대방을 너무 이해하고 잘해주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인기의 동력이기도 했다. 웬만하면 나와 놀고 싶어 하고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성격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것은 사실 진짜 내 모습이 아니다. 나는 속으로 아주~보기 싫어하고 얄미워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나의 본성대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고 상대에게 속 마음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살기 시작한 것은 이유가 있다.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 실컷 하고 사는 사람들은 저리도 두 다리 뻗고 자는데 나만 맨날 속앓이 하는 게 억울했다.


그리고 말을 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상대방이 하나도 싫지가 않다.


막 기분 나쁜 덩어리가 커지지 않고 거기서 딱 멈춘다.

그리고 상대방은 당황하긴 했어도 왜 그랬는지 설명을 덧붙여주니 불필요한 오해를 막는다.


그래서 계속 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들어 내 기억으로 열 번 이상 실천 중이다.


그런데 말이다.


내 편한 데로 사니까 말이다.


좋은 점은 이것이다.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말 안 해도 되는 것,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 관계가 정리가 되는 것 등이다.


단점이 있다. 이제 사람 매력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다. 플러팅의 향기를 굳이 발산을 안 하니 어쩌면 향기 없는 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기분 나쁜 부분을 이야기하면 그 상대와는 거의 관계가 정리된다.


아주 빠른 속도로 정리된다.


관계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원수를 만드는 시스템 같기도 하다.


반대로 더 가까와진 사람도 있다. 첫인상이 별로였는데 자꾸 말을 시키길래 "아. 지금 내가 말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도 못하는 사람이었다.)라고 하니, "어. 그래요?"하며 딱 내 요구데로 해주었다. 그 이 후로 그 사람이 무척 편해졌다. 만나는 기간 내내 친하게 지냈다.


또 한분도 첫인상이 별로였는데 나에 대해 평가하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하길래 "저는 그 말이 기분이 나빠요."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당황하시는 듯 하다가 왜 기분이 나쁜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분은 이해 안가는 것 같았다. 서로 가치관이 다른데 내가 기분 나쁜것을 이해 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나중에 "그럴수 있죠."라고 인정해주었다.


그러고 나니 그분의 날카로운 첫인상은 지워지고 편하게 대하게 됐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 처럼 나에 대해 조심 해 준다.


몇 몇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건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할 과도기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인품이 좋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실 까다롭고 예민하다.


인정욕구로 인해 나 스스로 그렇게 보이고 싶었나 본데 사실 나는 밴댕이 소갈딱지에 무시받는 걸 싫어하는 소인배다.


이런 걸 그동안은 드러내고 살지 않았다. 내가 참아주면 됐으니까.


속마음을 얘기하니 어떤 상대는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어. 참을 걸, 괜히 말했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또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했다.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언제까지 참아줄까.


오히려 말을 아끼거나 안하면 상대방이 더더욱 싫어질 뿐이다. 싫은 감정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말을 안하면 결국에는 내가 아프고 만다.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다.


유머로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그러라 그래'라고 이해하는 정착기가 오길 바란다.


헛된 매력을 버리고 나의 본질로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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