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이셔우드, 독서노트
“친구분이 그러는데 작가라면서요?”
나탈리아가 불쑥 물었다. “진짜 작가는 아니고.” 내가 항변했다.
“그렇지만 책을 쓰기는 했죠? 네?”
그렇다. 난 책을 한 권 쓴 적이 있다. “책을 한 권 쓰고도 작가가 아니라고 하다니요. 미친 것 같네요.”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모든 공모자들이 나오기까지의 이야기, 왜 그 제목을 붙이게 됐으며, 무엇에 관한 것이며, 언제 출판됐는지 등등을 다 털어놓아야 했다.
“한 권 갖다주세요.”
“없어.”
내가 흐뭇하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 절판이야.”
“그럼 베를린에서 쓸 얘기는요? 말해주세요.” 나는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수년 전에 쓴 이야기의 줄거리를 말하기 시작했다.
“네, 네.” 그녀는 계속 말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나는 그녀가 내가 말하는 것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럼 그 책은 -언제쯤 나오는 건가요?”
나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게을러서.
“게으르다고요?” 나탈리아가 놀리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