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반 동대표이다-입대의 매뉴얼 I
그럭저럭 35년 이상을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 보니 알게 모르게 글과 말, 그리고 그림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방과 몇 마디 말을 나눠 보거나 몇 줄의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인간성을 어느 정도는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신언서판'이라 했던가? '딱 보면 압니다!'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이 분야에서는 어디 나가서 뒤떨어져 본 적은 없다. 8할의 확률은 있다고 자신한다.
원 분양자로서 25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을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잦은 국내외 출장과 짧지 않은 해외 거주, 그리고 회사를 포함한 평일 생활권이 ㅇㅇ이다 보니 앞집 어르신 부부 이외에는 아는 이웃주민이 전무하다. 동대표 생활을 하면서 원하던 원치 않던 단지 내 사람관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지 버릇 남 못준다'라고 여전히 한번 만나고 나면 딱 그 첫 느낌을 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이리저리 평가 테스트를 해 보곤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까지는 그리 먼 거리 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사람 보는 눈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본인이 코치, 감독인 양 모든 사람을 선수라고 생각하고 자꾸 말로 훈수만 두려는 사람, 인성. 태도자체가 아예 평가조차 안 되는 불가근불가원 그룹, 사소한 문제에 목숨 걸고 무조건 우격다짐으로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는 자, 윈윈 하는 건설적인 토론이 아니라 결국 언쟁으로 치닫는 게 만드는 군상들. 지금 있는 조직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인가 판을 뒤집고 말았을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그러려니 예상하고 선택한 관계범위이고 계속 만나고 소통해야 할 분들인데... 그래도 봉사하려고 시작한 동대표를 직원 부리듯 명령하고 지시하려는 ‘최악’만 만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공동주택의 관리와 운영은 제로섬 게임은 아닌 듯하다. 그러니 바쁠수록 인내의 시간을 갖자!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두자. 결국 사람 보는 눈싸움 아니겠는가? 가장 중요한 점은 ‘공익’이란 관점에 걸맞은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30년 전에 썼던 ‘관계학 서설 I’을 한번 더 읽어보고 사람 보는 눈을 공동주택의 관계와 소통에 맞게 좀 더 유연하게 초점을 맞춰나가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관계학 서설 II’를 천천히 준비해 보는 것도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일 듯하다. 나에게 눈썰미란게 여전히 있는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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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동대표 일기 쓰는 곳인가요?, 도배하지 마세요! 등 취조. 힐난. 훈수. 코치. 감독성 댓글 사절합니다. 글쓴이 동의 없이 글을 복사, 무단 게시하는 행동 엄격히 금합니다. 재차 확인될 경우, 관련 절차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