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나만 애쓰는 것 같은 기분

끝나지 않는 감정 노동

by 황규진

관계는 마치 두 사람이 함께 키우는 화분 같다. 한 사람이 물을 주면 다른 사람이 햇빛 드는 곳으로 옮겨주고, 서로 번갈아가며 잎사귀의 먼지를 닦아준다. 그렇게 둘이 함께 돌볼 때 그 안에서 생명이 자라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화분을 오직 혼자 돌보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는 그저 소파에 앉아 싱그러운 잎사귀를 바라볼 뿐, 물을 주거나 화분을 옮기려 하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 감정 노동


처음에는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찾아보고, 맛있는 레스토랑을 검색하는 시간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의 미소를 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설렘은 점차 무거운 책임감으로 변해간다.


어느새 관계의 모든 보이지 않는 부분을 혼자서 책임지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침묵이 흐르면 새로운 화제를 던지는 건 늘 당신이다. "오늘 뉴스에서 봤는데..." 하며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것도, 그의 친구들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지난번에 말했던 민수씨는 어때?"라고 안부를 묻는 것도 당신이다.


그의 직장 상사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말 힘들겠다"며 공감해주는 상담사 역할도 당신이다. 작은 오해라도 생기면 먼저 "미안해"라고 말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 것도 당신이다.


이 모든 일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마치 집안일처럼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하고 나서도 티가 나지 않는 그런 일들이다.


그는 이 모든 노력의 결과물을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잘 준비된 데이트를 즐기고, 편안한 대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당신이 먼저 풀어준 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쉽게 평온을 되찾는다. 그는 결코 당신의 노력을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마워"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관계가 아니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가깝다.


당신의 머릿속이 두 사람의 관계를 위한 수많은 생각과 계획으로 복잡할 때, 그의 머릿속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기 어려워지는 순간, 당신은 이 관계의 유일한 관리자가 되어버렸음을 깨닫는다.



나의 기쁨보다 그의 '평온'이 우선인 관계


왜 이런 일방적인 노동이 계속될까? 두 사람 사이에 은밀한 규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의 평온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규칙.


그의 감정적 안정 상태는 이 관계가 유지되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되었다.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듯, 그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보호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늘 따라다닌다.


이 규칙 아래서 당신의 모든 행동과 욕구는 두 가지로 나뉜다. 그의 평온에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되거나.


당신이 제안하는 즐거운 계획이나 유쾌한 대화는 환영받는다. 하지만 당신의 서운한 감정이나 관계 개선을 위한 진지한 대화 요구는 모두 '문제'로 간주된다. 그의 평온을 위협하는 불편한 것들이 되어버린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지역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당신에게는 함께 새로운 경험을 쌓는 '기쁨'이지만, 그에게는 현재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에너지를 써야 하는 '피곤함'이다.


"꼭 가야 해? 집에서 쉬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 당신은 결국 그 계획을 포기하거나 그의 입맛에 맞게 수정한다. 당신의 기쁨이 그의 평온과 충돌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당신 스스로 그 욕구를 접어버리는 법을 배운다.


결국 당신은 그의 감정적 경호원이 된다. 그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당신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계속 억누른다. 관계는 더 이상 함께 성장하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평온만을 위해 정체된 상태로 머무른다.

당신의 기쁨은 이 관계의 목적이 아니다. 그의 평온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언제든 희생될 수 있는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나의 에너지는 어디로 가는가


사랑에 빠진 초기, 당신의 마음은 에너지가 가득 찬 우물 같았다. 그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그를 웃게 만드는 모든 행위는 샘솟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일방적인 관계가 지속되면서, 그 우물은 서서히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당신이 쏟아붓는 에너지와 사랑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건강한 관계라면, 그 에너지는 상대방에게 전달된 후, 그의 사랑을 통해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서로의 마음이라는 컵에 물을 부어주며, 함께 가득 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밑이 빠진 독과 같다. 당신이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도, 그 독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당신의 에너지는 그의 내면에 축적되어 두 사람을 위한 자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현재의 안락함을 유지하는 데 전부 소모된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이 고갈은 단순히 감정적인 피로에 그치지 않는다.


이유 없는 무기력감이 찾아온다. 예전에는 즐겁게 했던 일들이 시큰둥해진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몸까지 무거워진다.


한때 당신을 빛나게 했던 생기와 활력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낯설게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키고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것인데, 이 관계는 반대로 당신의 생명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소진의 끝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고통스러운 질문이 당신의 마음을 파고든다.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나에게 사랑받는 이 편안한 상태를 사랑하는 걸까?'


이 질문이 마음속에서 단 한 번이라도 떠올랐다면, 그것은 당신이 이기적이거나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 관계의 심각한 불균형을 감지하고 보내는, 가장 정직한 구조 신호다.

작가의 이전글Part 1. 미묘한 균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