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지 않으려고 쓰는 오늘들 1
2025년 6월 19일, 낮 세시
구름이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올해 여름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고, 지난겨울부터 생각했다. 집을 떠나 기숙사로 가는 윤에게 진즉부터 얘기해뒀다. 네가 집에 다시 왔을 때 구름이는 없을 수도 있어. 거의 매일 윤과 통화를 했고, 윤은 자주 구름이의 안부를 물어왔다. 나는 그때마다 말해주었다.
구름이가 걷다가 자꾸만 고꾸라져.
구름이가 밥을 잘 못 먹어.
구름이는 매일 죽어가는 중이야.
올해로 16년을 산 구름이는, 몇 해 전부터 듣지 못하게 되었다. 쾅하고 문 닫는 소리가 나면 구름이는 몸을 떨면서 화들짝 놀랐다.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진동을 느끼는 것이었다. 불러도 귀를 세우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구름이가 몸을 떨때마다 안쓰러웠다. 어린 시절의 예민하고 사나운 성격은 놀랄 만치 온순해졌다. 온순이라고 말하는 게 맞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들리지 않는 개는 오로지 자신의 평온 안에 파묻혀 누구에게도 짖지 않게 됐다. 들리지 않기 때문에 소리 내지도 않는 개가 되었다.
기력이 쇠하면서 구름이는 아무데서나 죽은 듯이 잤다.
우리 가족들은 구름이가 죽은 듯이 자는지, 정말 죽은 것인지 확인하려고 늘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고, 가냘픈 들숨과 날숨을 확인하면 안도하면서 돌아섰다. 예민한 진돗개는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옷자락에도 화들짝 잠에서 깼다. 눈을 먼저 뜨고,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려다가 종종 실패하고 다시 드러눕곤 했다.
삶에서 절뚝거리는 개는 죽음의 세계로 뚜벅뚜벅 걷고 있었다.
구름이는 오늘 다섯 번쯤 하울링을 했다.
나는 그것을 듣지 못했다. 엄마가 전해준 말이었다.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간신히 사료를 먹고, 물을 조금 마셨다고 했다.
나는 대문 쪽으로 즐비한 화분들 사이에 누워 있는 구름이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구름이의 배가 들숨으로 부풀고 날숨으로 납작해지기를 바랐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은 파리 떼가 구름이에게로 날아드는 장면이었다.
구름이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 축축한 장맛비가 시작되기 직전에, 지글지글 끓는 한여름의 더위가 들이닥치기 직전에, 죽음의 세계로 완전히 진입했다.
어둠이 내린 다음, 남편과 나란히 마당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우리의 기운이 뭔가 심상치 않았던 것일까. 금이가 우리 곁에서 저만치 떨어졌다. 진돗개 구름이와 평생 친해지지 못한 리트리버 금이는 멀뚱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다른 생명체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내가 말했고,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인생의 거센 파고 앞에서 제법 든든하게 버텨온 사이다. 웬만한 고난도 극도의 슬픔도 제법 잘 견디면서 지내는 편이라고 서로를 평가한다. 그렇지만 그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감정의 소화 기능에 제법 큰 구멍이 생겼음을 오늘 실감했다. 슬금슬금 우리 곁으로 다가온 금이를 쓰다듬으며 남편과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휘청거렸다. 그의 휘청임을 내가 보았듯이 그도 그랬다.
우리는 서점이 문을 닫기 전에 서둘렀다.
3세용 한글익힘 책을 한 권 샀다.
엄마는 지난주에 MRI 검사를 했다. 의사는 여든 여섯의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뇌가 제법 많이 수축되어 있다고 말했다. 구름이가 절뚝거리며 죽음으로 걸어 들어간 것처럼, 엄마는 자꾸만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삶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중이다.
첫 번째 글자는 ‘가’였다. 가지, 가위, 가시 같은 단어들이 나왔다.
가지 말라고 말하는 우리와 이미 가버린 구름이, 가는 길 어디쯤에 있는 엄마, 이런 것들을 생각하니, 소화되지 않는 슬픔으로 이 여름을 오래 견뎌야 함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