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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May 26. 2022

캐나다에도 고향의 맛 순댓국집이 있다

고국이 그리울 때 순댓국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날씨가 음산하거나 춥고 비가 오는 날에는 뜨끈뜨끈하면서도 얼큰하고 매콤함을 지닌 순댓국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애주가들에겐 순댓국과 더불어 소주까지 곁들이면 안주 겸 식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격이 된다. 한국의  탕(湯)은 국을 높여 부르는 말이기도 하며, 흔히 일반적인 국에 비해 오래 끓여 진하게 국물을 우려낸 것을 말한다고 하니 탕과 국은 비슷한 매력을 가진 한국 전통음식이 틀림없다.  순댓국. 순두부. 김치찌개. 설렁탕. 갈비탕. 매운탕. 종류도 무궁무진 다양하다.


한국에서 다양한 음식을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것부터 먼저 생각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외식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먹어야 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어쩌면 특별한 날 특별식과도 같다.


식당에서는 음식 가격 이외에도 세금과 팁이 별도로 계산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예전에는 팁도 대략 10% 정도면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적어도 15% 이상은 지불해야 나갈 때 부끄럽지 않은 손님의 뒷모습을 남길 수 있다. 팬더믹의 환경에서 벗어나면서 팁만은 아니었다. 사소한 어느 하나 가격 상승에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지속적인 고궁 행진에 인해 돈의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모처럼 휴일의 시간, 외식하는 날로 하루의 일정을 잡아 놓았다. 몇 주 전부터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해 두었던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막창 순댓국이다. 뭐 그까짓 순댓국 하나 가지고 휴일의 일정에 포함시켜 놓았을까, 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민 환경 탓에 순댓국마저도 이국땅에서는 극진한 대접을 받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한국의 탕 문화는 고향의 음식과도 같았다. 맛에는 은은함의 정겨움을 담고 있다. 예전에는 집 근처 자주 가던 소문난 유명 순댓국집이 있었다. 지금도 그 유명세는 여전히 명맥을 지켜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원이면 부담 없이 순댓국에 소주 한잔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먹고 나올 수 있었다. 물론 한국도 지금쯤 순댓국 한 그릇이 훌쩍 만원 이상의 가치로 등극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캐나다만큼의 부담 가는 가격은 아닐 듯싶다.

막창순대에 밑 반찬은 평범한 깍뚜기와 오뎅무침.그리고 간장에 양파를 저린 3가지 음식이 전부이다.

사실 일반적인 순댓국은 평소에 많이 먹어 보았지만 막창으로 만든 순댓국은 캐나다 와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 중 하나다. 얼큰함에 소주까지 합세하면 2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한국돈으로 6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전에 비해 가격뿐만 아니라 양도 현저하게 줄어든 느낌을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는 순간 눈으로 확연하게 느껴갈 수가 있다.


이민 오기 이전인 1997년도에 6개월간 캐나다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삼겹살이라는 것이 없었다. 삼겹살이 먹고 싶어 정유점에 가서 삼겹살 비슷한 부위를 찾아내 삼겹살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생소하다. 지금처럼 한국에서 즐겨먹던 음식을 취향대로 먹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 이곳 캐나다에서 한국음식은 진화를 거듭해 나갔다. 예전에는 닭발이나 닭똥집(모래집). 족발 또한 가공과정에서 먹지 못하는 부산물로 분류되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다고 한다. 지금은 가공류로 분리되어 캐나다인들 자주 찾는 대형 스토아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다. 비단 식료품만은 아니다. 다양한 생필품까지 한국과 캐나다의 거리감의 한계를 벗고 한국의 정서까지 함께 거리감 없이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또한 이웃나라는 이민 사회 역사의 쾌거를 이루어낸 셈이다. 


외국인들은 한국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미리 준비된 반찬 중에 김치가 애프 타이저 샐러드로 변신했던 시절도 있다. 지금은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이라는 것을 많은 캐나다인들이 인식을 하고 있다. 


막창순대는 한국인뿐 아니라 맛을 한번 느껴본 캐나다인들은 담백한 맛의 매력에 다시 한인 식당을 찾는다. 한국의 전통음식에는 한국의 정서와 함께 그리움도 곁들여 있다. 한국이 아닌 이국땅, 비롯 가격은 비싸지만 탕 문화를 즐겨 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잠시 그리움을 내려놓고 맛에서 고국을 찾을 수 있었던 휴일이었다.



오마이 뉴스에도 함께 실었습니다.

■ 경남일보에도 함께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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