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해를 쫓는 아이들> 출판 일지] #1 다시 시작
그림책을 출판하고 벌써 2년이 지났다. 그간의 나는 바쁜 듯 나태했다. <해를 쫓는 아이들>을 판매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로 두 번째 그림책 <말을 탄 여인>을 준비했다. <말을 탄 여인>은 현재 가제본 상태로 묵혀두었다. 왜? 출판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이다. 그림책을 기획, 창작, 출판하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걸 판매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나는 간과했다. 얼마나 무지한지. 책은 그냥 놔두면 팔리는 건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발품 뛰며 팔아야 했다. 입소문이 날만큼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충격도 먹었다. '충격' 정도의 단어로는 부족하다. 좁은 나의 세상에서 나오고 나니 현실은, 세상은 훨씬 단단했고 객관적이었다.
가장 슬픈 사실은 나조차도 나의 그림책을 '팔아야 할 것', '돈벌이 수단' ㅡ 한 층 더 나아가 '돈을 벌기에는 부족한 상품' 정도로만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의 설렘, 이 그림책을 출판하기까지의 무수한 시행착오, 두드림과 인고, 그걸 전부 거친 후에 본 결실은 다소 씁쓸했다. ㅡ 아, 슬프다. 나는 나의 오만을 마주하느라 뼈 저리게 아팠다. 가슴 안에서 그간 쌓아놓았던 자아의 탑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듯 하였다. 웃기게도 본격적으로 발전하기도 전부터 슬럼프가 왔다. '노력한 만큼 태가 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따위의 당연한 말들은 괜히 당연한 말이 아니었다. 나는 오만했고, 당연한 사실들을 간과했으며, 내가 보고 있던 세상만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좁은 시선이었던가.
어쩌면 나는 그림책을 만들기까지가 아닌, 그림책을 낸 이후의 과정에서도 배우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림책 속 메시지들이 문득문득 내 속에서 튀어오르며 순간순간의 내게 건네는 지혜의 말들은, '나는 작가임에도 책 속 메시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구나' 하는 당혹스러운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깨닫게 된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내보려고 한다. 그림책 <해를 쫓는 아이들>의 출판 일지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다시 시작이다. 초심으로. 겸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