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53개월)
2007.7.16
주말에 광주에 다녀오느라 00 이가 너무 피곤했다. 이모가 아이를 낳아서 더운 병실에서 이틀이나 있었다. 잘 견뎌주어 무척 기특하다. 내일은 엄마 아빠와 보령머드축제에 간다.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2007.7.17
엄마 아빠와 보령머드축제에 다녀왔다. 머드도 바르고, 바닷물에 수영도 하고, 모래성도 쌓고 재미있게 놀았다. 너무 신이 나 '까르르'하고 계속 웃었다. 어깨 부분이 조금 탔는데 1도 화상 정도여서 그냥 놔뒀다. [JY Ponics] 복습을 하려고 했는데 00 이가 했던 것을 또 하는 것을 지루해했다. 그래서 알파벳 점선잇기를 여러 장 출력해 주었더니 신이 나서 점선 잇기를 했다.
2007.7.18
수요일 영어동화책 읽기 품앗이 모임을 했다. [Draw me a star]와 [Bear about town]을 읽었다. 00 이가 유치원에 다녀서 요일 개념이 명확했다. 페이펄문구에 가서 00이 미술용품을 샀다. 파스텔이랑 수수깡 등등 00 이와 재미있게 미술놀이를 할 생각이다.
2007.7.19
저녁에 00 이와 팥빙수를 만들었다. 00 이가 팥도 넣고 우유도 부어서 팥빙수를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00이랑 여름방학 동안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방학 동안 00 이의 한글 쓰는 획순을 바로잡아줄까 한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잡아줘야 할 것 같다.
2007.7.20
선생님이 보낸 오르다 놀이를 했다. 00 이가 패턴을 잘 알고 있었다. 작년에 패턴놀이를 색종이로 몇 번 해보았었다. 요즘 자기 전에 동화책을 여러 권 읽어준다. 00 이가 책을 고르고 함께 누워서 책을 읽어주는데 00 이가 참 좋아한다. 그리고 'ㅗ'자 쓰는 바른 방법을 익히고 있다. 차근차근 한글 획순을 교정하려고 한다. 00 이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알려주고 있다.
2007.7.21
00 이와 발레 [백설공주]를 봤다. 대사가 없다 보니 00 이가 중간중간 내용을 물어보기도 하고, 내용을 자기 나름대로 이야기하면서 잘 보았다. 00 이가 공연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많은 공연을 보려고 노력한다.
2007.7.22
00 이와 자전거 달리기를 했다. 00 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면 내가 뛰어가는 거다. 00 이가 자전거를 무척 잘 타서 보조바퀴를 하나 뺄까 한다. 매일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습관이 들어서 00 이가 부쩍 튼튼하게 잘 자란 것 같아 흐뭇하다.
2007.7.23
이모가 아기 낳는 것을 깨나 인상 깊게 보았는지 요즘 산부인과 놀이를 한다. 차트에 연필로 무엇을 쓰는데 이모가 제왕절개를 한 것이 인상적이었는지 배를 칼로 자른다고 안 아프게 해 준다고 썼다. 회복실에 있는 이모를 봤는데 많이 아파 보였나보다.
2007.7.24
00 이가 친구들과 옷이 젖도록 물장난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물장난 안 하기로 약속했다. 물장난하면 영어캠프 못 간다고 아빠가 놀려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2007.7.27
00 이가 즐겁게 영어캠프에 다녀와서 무척 기특했다. 자신의 이름과 같은 Amy 선생님이 계셨다고도 하고, 영어선생님께서 많았다고도 하면서 하루 종일 흥분상태였다. 캠프 다녀와서 아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0시 반까지 흥분상태로 뛰어놀다 잠들었다.
2007.7.28
00 이와 00 이가 좋아하는 롯데마트에도 가고, 실내놀이터에서 처음으로 혼자서 놀았다. 선생님들께 성격 좋게 인사도 잘하고 말도 잘 들었다고 칭찬을 들었다. 오후에는 아빠와 탄천수영장에 갔다. 방학기간 동안 물놀이도 많이 하고 야외활동도 많이 할 것 같다.
2007.7.30
하루 종일 아빠와 롯데마트, 실내놀이터에서 놀고 저녁에는 막내이모, 이모부 생일파티를 했다. 그런데 방학한 후 규칙적인 생활을 안 해서인지 저녁을 잘 먹지 않아서 안타깝다. 오늘부터는 일하는 엄마와 함께 지내야 한다. 00 이가 답답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과학동화를 사고 그동안 읽어주지를 못했는데 방학 동안 꾸준하게 읽어보려고 한다. 워낙 창작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작년에는 큰 흥미가 없더니 어제 잠자리 동화를 읽어주니 재미있다고 한다. 한글 획순도 하루에 한 글자씩 바로 잡고 있는데 생각보다 바로 교정을 해서 정말 다행이다.
2007.7.31
엄마와 지내는 하루는 생각보다 잘 지나갔다. 엄마와 방학숙제도 하고 동화책도 읽고, 수영복 입고 집에서 물놀이도 했다. 원에서 선물 받은 비디오도 봤다. 다음 주에 아빠와 물놀이 가서 입을 구명조끼가 도착했다. 00 이가 인터넷에서 직접 골랐다. 00 이가 좋아하는 호루라기가 달려있어서 호루라기 불면서 좋아했다.
2007.8.1
유치원을 안 가면 매일 유치원 노래를 부를 줄 알았는데 기특하게도 방학생활을 제대로 즐기는 00이다. 엄마와 산책도 하고 영어 동화책 읽기 모임에도 참여했다. 미국에 사는 9살 Victoria 언니가 직접 동화책도 읽어주었다. 서점에 가서는 아이들이 보는 프로에 나오는 캐릭터 책(파워레인저)을 읽어달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도 파워레인저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외부에서 활발하게 놀지만 매일 방학숙제도 열심히 하고 있다. 방학이 끝나면 한 뼘쯤 자란 모습으로 등원하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2007.8.2
무척 더운 하루였다. 에어컨을 켰어도 하루 종일 뛰어노는 00 이는 땀에 절어 보냈다. 방학숙제도 하고, 엄마와 산책도 하고, 쿠키도 만들었다. 이제는 쿠키틀로 찍는 폼이 예사옵지 않았다. 자투리 쿠키 반죽으로 이것저것 조물조물 만지고 만들며 재미있어했다. 욕조에 물을 받아서 실컷 물장난도 했다.
2007.8.3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귀엽기는 한데 짧은 머리가 오랜만이어서 조금 어색하다. 처음에는 방학기간 동안 한글 획순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벌써 자음을 다 교정했다. 물론 아직은 꾸준하게 연습해야 하지만 어떤 획순이 바른 것인지 알고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2007.8.4
아침에 일어나 눈이 부어있고, 한쪽 눈이 충혈 되어 있어 안과에 갔더니 결막염이라고 하신다. 전염이 되는 병에 처음 걸린 거라서 너무 놀랐다. 아직은 엄마가 휴가를 시작하지 않아 아빠가 휴가를 앞당겨 00 이를 돌보기로 했다. 다행히 방학기간 중에 발병했다고 위안을 삼고 있다. 빨리 나을 수 있도록 한 시간에 한 번씩 00이 손을 놀이식으로 씻어주고 계속 놀아주어 눈 비비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다행히 증상이 가벼운 편인지 많이 간지러워하지는 않는다. 여름휴가계획도 공공장소를 피해야 하니 급히 수정해야 될 것 같다. 수요일에 다시 보고 시력검사도 하자고 하셨으니 빨리 나으라고 안약 정성껏 넣어주고, 손 자주 씻어주어야 할 것 같다.
2007.8.5
눈에 큰 차도가 없다. 더 심해지거나 다른 쪽 눈에 점염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데톨 물비누를 사서 수시로 손을 깨끗하게 씻기고 있고, 5시간마다 안약을 넣어주고 있다. 00 이는 안약 넣을 때는 힘들어 하지만 명랑하게 잘 지내고 있다.
2007.8.6
여전히 눈에 큰 차도가 없다. 안과에 가서 가루약을 추가로 처방받고, 충혈 된 눈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결명자차를 끓여 수시로 먹이고 있다. 아빠와 함께 시골에 갔는데 며칠 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내 휴가가 목요일부터라 00 이를 돌보지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계속 기도하고 있다.
2007.8.7
전화로 듣는 00이 목소리는 여전히 명랑, 쾌활하다. 아빠말로는 아직 눈에 큰 차도는 없지만 잘 먹고 잘 논다고 한다. 강아지에 목줄을 하고 산책 시키는 놀이에 빠져 있다고 한다.
2007.8.8
드디어 00 이를 만났는데 00 이의 눈상태가 심상치 않다. 병원에 갔더니 다른 눈에도 전염이 되었다고 한다.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명랑, 쾌활한 00 이가 너무 기특하다. 안약도 잘 넣고, 가루약도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신다. 아빠가 언니가 약 먹는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2007.8.9
집에 있으면 자꾸 눈을 만질 것 같아서 00이랑 아빠랑 우리 랜드에 갔다.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서 한적하게 산책도 하고 작은 분수 덕분에 00 이가 신나게 놀았다. 올여름은 눈병 때문에 수영장을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마칠 것 같은데 쏟구치는 물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00 이는 무척 즐거워했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밖에서 뛰어노니 확실히 눈에 손이 덜 간다. 00 이가 새끼손톱이 조금 길어졌다고 보여줬다. 자주 손을 입에 넣는데 하루 종일 바라보며 눈물 닦아주고 손을 입에 못 넣게 하니 그새 조금 손톱이 자란 모양이다. [신데렐라] 책을 너무 좋아해서 서점에서 한 권 사주었다. 읽고 또 읽으며 너무 즐거워한다. 00 이가 명작을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명작동화는 7세경에 전집을 들이려고 한다. 지금 사주면 다른 장르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
2007.8.10
눈물 회수도 줄어들고, 충혈된 상태도 좋아진 듯해서 기대를 했는데 오히려 세균들이 막을 형성했다면서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를 눕히고 눈물 닦아냈다. 나는 살짝 눈물이 나려 했는데 00 이는 씩씩하게 잘했다. 열심히 돌보지만 차도가 없어서 걱정이 많이 된다.
2007.8.11
00 이가 힘들어하기는 하지만 하루에 한 번씩 냉찜질을 해줘서인지 눈의 부기가 많이 빠졌다. 이제는 차도가 많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00이랑 엄마랑 아빠랑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도 가고 동물원에도 갔다. 00 이가 어린이 미술관과 기린을 보며 너무 즐거워했다. 아픈 아이가 아픈 아이 같지 않게 짜증 한번 안 내고 하루에 4번씩 안약 넣고, 세 번 쓴 가루약 먹고 하루에 십여 차례 손을 닦는다. 마음이 많이 아프고 아이에게 너무 고맙다.
2007.8.12
은이랑 엄마랑 아빠랑 양평에 다녀왔다. 00 이가 예전에 왔던 것을 기억 헸다. 아침 양평 두물머리에서 무료 야외공연이 열리고 있어 00 이가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서커스공연이었는데 00 이가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00 이가 아파서 여행은 못 갔지만 도심 속에도 놀거리 먹거리가 많아서 즐거웠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했던 맛집들도 찾아다니고, 가까운 공원들에도 가고, 참 좋았다. 너무 피곤하지도 않고... 00 이가 많이 나은 것 같은데 내일 안과에 가서 많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
나이에 비해서 의젓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다고 기억하는데 00 이가 옷이 젖도록 물장난을 했다니... 잊었던 기억이다. 그리고 이모가 아이 낳는데 00 이를 데리고 간 것도 잊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00 이가 사돈어른께 용돈도 받았었다. 00 이가 동생을 처음보고 뭐라고 했었을까? 첫 동생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었을 텐데... 이모 아픈 거 걱정되어 "안 아프게 해 준다"는 말을 쓴 00 이가 사랑스럽다.
유행성 결막염에 걸려서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 고생을 해서 그 이후에는 절대로 탄천수영장에 가지 않았다.
아빠와 둘이서 놀다가 오면 00 이가 부쩍 커버린 듯 어른스러운 행동을 했다. 아빠는 00 이에게 새로운 도전들을 하게 해 주어서 그런 것 같다. 혼자 양치질을 하는 것, 혼자 배변처리를 하는 것, 가루약을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시는 것 등 모두 아빠가 아이에게 가르쳤다. 그 점이 참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