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또래 친구들에게서 주식이야기가 점차 많이 들리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또래들의 이야기에도 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 보느라 장 들여다보고 있을 새가 없어서 말이야...”
적당히 에둘러 나의 무관심을 표현했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한테나 TV프로에서 주로 들었던 말은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있는 돈 다 날린다 같은 부정적인 말들이었기 때문에 주식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없었다. 오로지 성실하게 저축하며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현실은 성실함이 무색하게 빠르게 올라가는 물가와 집값이었다. 그럴수록 왜 내 월급은 쥐꼬리만 할까 한탄만 늘어갔다. 어차피 평생 집은 못 사는 거라 생각하고 체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대가 넘어가면서 투자성과를 거둔 이들의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미국주식과 한국부동산은 불패조합이라는 예전부터 전해오는 말도 있었다. 그렇다한들 나와는 먼 이야기였다. 서른 살이 되던 해 신년회모임에서 남자친구가 1억 모으는 게 목표라고 했을 때에도 솔직히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우리 같은 공무원 월급에 1억을 언제 모은다고..’
그런데 웬걸, 덜컥 청약에 당첨되어 계약금을 바로 지급하던 그의 모습은 가히 센세이션 했다. 하락장도 버티며 힘들어하던 그를 알기에 역시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구나 생각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단 한 번도 투자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걸. 검색 한 번이면 될 걸 그 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걸.
내가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러한 결과를 목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혼이야기가 오가는 그와 함께 살아가려면 경제관념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주식한다고 하니까 아내는 불같이 화를 낸다. 아내가 부동산 좋은 매물이 있다고 하니까 남편은 헛소리하지 말라고 한다. 한 번씩은 들어본 이 시나리오. 두 사람이 경제관념을 같이 해야 자산증식에도 시너지효과가 날 거라고 판단했다.
남자친구에게 가르쳐달라고 하여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처음엔 20만 원, 100만 원 소액으로 미국 ETF 투자를 해 보았다. 운 좋게 상승장을 만나 두 달 만에 38%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건 은행에서는 볼 수가 없는 수치였다. 이후로는 금액을 더 늘려 15%의 수익을 보았고 계속 투자를 이어나가며 익히고 있다. 아직 하락장을 겪어보지 않은 나에게 필요한 조언도 잘 새겨들으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나도 모르게 ‘주식하면 패가망신이다’라는 인식을 깔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해외주식 접근성도 좋고, 정보가 넘치며, 다양한 종류의 ETF상품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여윳돈을 가지고 굴려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우리가 살 시대는 선진국형 저성장시대이므로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저축하고 이자받아 집을 사는 시대와는 다르다. 그렇기에 금융공부가 더욱 필수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