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출퇴근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라 출퇴근 시간에 급하게 택시를 탔던 경험이 없다. 내가 택시를 탔다면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거나 게임을 했거나가 전부다. 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타다(과거에는 카카오카풀)'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심심치 않게 듣곤 했다. 물론 이용 빈도가 적은 만큼 내가 겪은 사례들이 택시 기사들의 전체적인 성향을 드러내긴 어렵다. 그럼에도 택시를 탈 때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뉴스에서 접하는 '택시 vs 타다' 논쟁이 현장에선 정말 '날카롭고 뜨겁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지인과 학교 근처 기사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TV에서 들리는 뉴스에 대해 생각을 말하곤 했다. 요즘은 그러다가도 TV에서 택시와 타다 논쟁이 나오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택시 탈 때 생각이 나 둘 다 조용히 눈치밥을 먹는다.
현재 택시와 '타다'의 대립(타다는 과거 우버나 카카오 카풀 도입과도 연결지을 수 있다)을 학생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하자니 사실 많이 조심스럽다. 어린 나의 시선에서 거시적으로 보면 결국 일자리 문제인 것 같다. 두 가지 경제 문제로 설명되는데, 하나는 '모빌리티 플랫폼(큰 차원에서 모빌리티 서비스)'이라는 4차 산업과 관련된 신 기술을 접목한 공유 경제를 키움으로써 정체된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인가의 문제다. 또 다른 하나는 포용의 경제, 택시 서비스를 통해 근근히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이용자 측면에서야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결정으로 누군가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거나, 누군가가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다는 생각이 결정을 어렵게만 만든다. 언론이나 정치,경제권은 이 문제를 총선을 앞둔 '20만 표심'이나 '경제 성장'으로 덧씌우고 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미시적으로 '개인의 삶'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 외국에서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가?
대표적인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와 그랩은 해외에서 순항 중이다. [출처 : apple store]
이와 같은 대립이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우버'와 '그랩'처럼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통용되는 차량 예약 서비스로 한국의 카카오 T나 T map 택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그랩은 매일경제 기사에 따르면 "자동차 금융 제도, 무료 개인 보험 등도 제공하고 있으며, 장학금 같은 운전자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택시 기사 이외의 차량 소유자들의 모빌리티 서비스, 음식과 택배 배달 서비스로도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우버'는 공유 경제를 이용한 조금 특별한 차량 예약 서비스다. 우버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에 등록되어 있는 사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차량을 가지고 있는 누구나 우버라는 플랫폼에 운전자로 등록한다면 여객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우버 앱을 통해 차량을 예약할 수 있고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다면 운전자 개인과 대화를 통해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등장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사실상 독점하던 택시 업계에 겪어보지 못한 타격을 주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명물 옐로우 캡은 우버의 등장으로 택시 면허권 가격이 2014년 한화 약 12억원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평균 18만6000달러(2억 2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 택시 업계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호주의 경우가 눈여겨 볼 만 한데, 중앙일보 같은 기사에 따르면 호주는 "승차 공유 차량을 호출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1달러의 부담금을 5년간 지불하도록 규정"했다고 전하며 "2억 5000만 달러 (약 3000억원) 펀드를 조성해 택시 업계 위해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세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처음 시행될 때와 다르게 공유 경제는 어느새 대중들에게 친숙한 개념이 되었다. [출처 : working capital review]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자동차 문화가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는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편, 대중교통의 발달, 과시 수단으로서의 자동차라는 의미가 희석되면서 자동차 소유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고 "일부 메가시티에서는 자동차 등록대수가 하락하기도 하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운전면허 및 자동차 보유율이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공유 차량 1대가 약 9대의 기존 차량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하니 환경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자동차 문화의 변화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성장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추세에 맞춰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IT 발전 속도에 민감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추세를 더욱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한 자가용 소유의 피로도를 생각할 때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 추세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청년 실업이 장기화되고 30대까지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적 특성 또한 이동 수단에 대한 젊은 세대의 고민을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충족시켜 줄 수 있지 않은가. 분신 자살과 같은 극단적이고 절실한 방법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을 저지하는 택시 업계의 움직임에도 타다의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는 까닭에는 이러한 거대한 흐름이 깔려 있을 지도 모른다.
- 새로운 흐름을 수용하기 앞서 살펴 볼 한국 택시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문제는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고민없이 수용해도 되는가'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외 다른 국가들 처럼 일단 수용 후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고쳐나갈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택시 기사'라는 개인들 역시 이용자와 동등한 개인이라는 점과 '삶'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더 절박한 쪽은 택시 기사라는 점이다. 즉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되 기존의 택시 업계를 어떻게 부드럽게 이 추세에 맞춰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구체적이고 장기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택시 기사에게 있어 면허권은 최후에 보루다. 마지막 자금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를 공감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 최장원]
같은 관점에서 '택시'는 법의 테두리안에 있음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택시 운송 사업은 운수 사업법 상 '면허권'을 요구한다. 개인 택시를 몰고 싶어도 면허권이 없으면 택시를 운전할 수 없다. 이러한 면허권은 개인 택시 기사들에게 일종의 '퇴직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지만 '권리금'이라는 명목하에 거래 되기 때문에 택시 기사 입장에선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특히나 택시는 대중교통으로 공익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요금만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소득이 증가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공급 과잉의 택시 생태계에서 많지 않은 소득으로 살아가는 택시 기사들이 '면허권' 가격이 떨어지는 것에 민감한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이유다.
타다나 우버는 기존의 운수 사업 생태계에 나타난 교란종으로 '면허권' 가격 하락에 일조한다. 앞서 언급한 뉴욕의 옐로우 캡의 면허권 가격이 떨어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택시의 독점적 지위의 해체는 곧 경제적 타격을 의미한다. 택시 기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타다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면허권 가격이 택시 기사에게 어쩌면 자신의 삶의 끝자락에 필요한 돈이거나, 자식의 결혼 준비에 필요한 돈일 수 있다. '권리금'이라는 이름 아래 그 돈이 정말 세속적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누군가의 삶 속에선 정말 절박하고 소중한 자금일 수 있다. 목숨과도 같은 자금이기에 새로 나타난 교란종들이 주는 공포가 전쟁이 주는 공포감과 비슷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공포감을 단순히 새로운 산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기심으로 치부하기엔 그 공포가 쓰디 쓰다.
** 박태우. '상생이 먼저인데…아쉬운 ‘타다의 타박’'. 한겨레. 2019.5.17. 참고
전쟁터 속에서 안전하게 그들을 구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먼저 살펴보아야 할 점은 서울시에서 택시 감차 제도가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법학회 논문에서 인용한 2015년 서울 택시 3차 총량 결과에 따르면 면허권을 가진 택시의 대수는 총 72,171대로 적정 면허 대수는 60,340대로 집계했다. 따라서 1만 1,820대의 감차가 필요한 셈이다. 싫으나 좋으나 감차는 필수적인 상황임과 동시에 여전히 출퇴근 시간에 부족하다고 지적되는 택시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출퇴근 시간 만이라도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김병오. 2018. '우버택시와 면허제도에 관한 연구'. 기업법학회 참고
간단하게 들여다 보면 감차제도는 기본적으로 국가 예산과 택시회사 출연금으로 면허권에 대한 권리금을 보상한다. 택시 회사들 수입이 좋다면 모를까 영세 회사들도 많은 실정에서 출연금 부담은 많은 마찰을 빚고 있고 감차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막고있다. 택시를 그만두고 난 후의 삶 때문에 면허권 거래를 꺼려하는 택시 기사들 또한 생각해야 한다. 결국 넉넉한 재원 마련이 문제인데, 얼마나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복지 재원 마련책을 꾸리는가가 핵심이다.
[일러스트 : 최장원]
호주의 사례처럼 모빌리티 플랫폼이나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하되, 이용자에게 일정금액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복지 펀딩을 만드는 것도 재원 마련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택시의 공익성을 보다 홍보하면서 자금을 모으고 택시 기사들을 사회적 안전망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정부가 나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영세 택시 회사들에 비해 타다나 우버는 큰 규모의 투자금과 자본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의 삶을 책임지는데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경제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 할 수 있겠으나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자들이 우선적으로 택시 기사들을 고용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상생을 유도할 수 있다. 감차는 진행하면서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이 퇴직 택시 기사들을 정규직 운전자로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감차제도로 조금 적은 금액의 권리금 보상을 받더라도 택시 기사들에게 안정된 월급과 정년 퇴직금이 보장해줄 수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들에도 법인세 인하, 면허 제도 완화와 같은 법적, 경제적 혜택을 준다면 상생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택시 사업이 여전히 성행하기에 한국 경제가 너무 성장했다.
감차는 물론 택시 서비스 품질과 택시 요금에 대한 논의가 아직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즉 경제가 많이 성장한 만큼 택시에 대한 논의들도 현재에 맞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 자체에만 정치권, 경제권, 언론이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장기적이고 다각적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 볼 능력을 잃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발전하는 IT 기술을 활성화하여 경기 침체의 돌파구를 찾아야 함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이 부당하게 내쳐지지 않도록 울타리를 만들 책임이 있다. 그 과정에서 하물며 마찰이 생긴다 하더라도 한 사회에 산다는 것이 풀 수 없어보이는 대립들을 서서히 조율해 가는 과정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조금 더 택시와 타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따뜻해지면 좋겠다. '어떤 이유들 때문에 안 된다'로 선을 긋기 보다 어떻게 복지 재정을 늘릴 것이고 이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설득시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었음 좋겠다.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산업들을 도태시키기 마련이고 종사하던 노동력의 재배치와 재평가를 요구한다. 급속한 기술 발전 속에서도 사회는 끊임없이 기술에 대체되는 많은 사람들을 품어야 할 것이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책임들을 요구할 것이다. 택시 업계에서 보이는 이와 같은 문제는 발전해가는 사회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일어날 것이다. 절박하지 않은 삶,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기에 지난한 싸움의 시작점이 될 지금, 어떠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쉽게 여기지 않는 건설적이고 포용적인 해결 방법들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보이지 않음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