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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혁재 Mar 24. 2021

조금 시간이 걸려도..! (2)

[이기사] 함께 읽을 기사를 찾는 이 기사입니다!

이 기사 어떠세요..?




 안녕하세요 :D 이기사 입니다!!


  저번 글에서는 숙의민주주의를 다뤘습니다. 스웨덴의 국가조사보고서(SOU)를 알아봤는데요. 쟁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과 관련해 입법을 할 때 충분한 연구와 토론을 거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한국도 숙의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해보았는데요. 한국은 과거 숙의민주주의와 관련한 사례가 전혀 없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하여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고리 원전 1호기를 영구히 정지하는 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입니다. 2017년 6월 19일이었죠.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내세운 공약이었습니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는 2016년 6월 건설허가를 취득한 상태였고 공정률이 2017년 5월 말까지 30%에 다다랐습니다. 공사 중단 측과 재개 측이 첨예하게 대립할 문제죠.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 결정에 따르겠다 말한 이유입니다. 


  1990년대 이후 한국도 민주화와 지방화가 진행되면서 국가의 정책 사업을 추진하는 데 공공갈등이 발생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민 참여로 공공갈등을 해결하려 시도한 정부가 참여정부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8·31 부동산 정책을 앞두고 시행한 공론조사라고 합니다. 


  재정경제부가 주도했으나 표본집단을 서울, 수도권 거주자로 한정했다는 점, 참여자의 10%만 토론에 참여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죠. 어쨌든 당시 참여정부는 이 공론조사를 토대로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시행했지만 집값은 잡지 못했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입니다. 


  시민참여형 조사란 형식을 채택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할 것인가 재개할 것인가를 다룰 시민들을 모집합니다. 원전과 관련한 정보를 학습시키고 토의를 여러 차례 진행합니다. 이 토의를 거치기 이전과 이후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정책을 권고하게 됩니다.


시민참여단의 대표성은 확보됐을까요?


  1차 공론조사에 무작위로 추출된 약 2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중 토론회 참여 의향이 있거나 유보적 입장을 취한 약 5000명의 대상을 선별했습니다. 이후 층화 작업을 거쳐 500명 정도로 추려졌고 471명이 최종 종합토론회까지 참석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보다 훨씬 대표성과 숙의성이 높아 보입니다.


  시민참여단은 재개측(한국원자력산업회의, 한국원자력학회, 한국수력원자력)과 중단측(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으로부터 쟁점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학습했습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이러닝 자료도 준비해줬다고 합니다.


  학습을 바탕으로 시민참여단은 토의를 진행합니다. 여러 개의 분임 토의조가 만들어지고 각 조에서 쟁점에 관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명하면서 합의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 토의에는 모더레이터란 사람이 대화를 중재했습니다. 토의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는 사람이죠.


출처 = 숙의와 경청, 그 여정의 기록


  시민참여단의 숙의 과정만 신경 쓴 건 아닙니다. 수시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국내에 주재하는 해외 언론에도 숙의 결과를 제공했습니다. 지역 순회, 텔레비전 토론회도 주최하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 주제를 토론하는 '미래세대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죠. 숙의성과 대표성을 저울질하는 기준이 소통이었던 셈입니다. 이는 공론화위원회가 단지 형식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만든 기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2017년 7월 24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고 2017년 10월 20일 제14차 정기회의 개최·권고안을 제출하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3개월의 여정이 끝났네요.


명희 모더레이터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습니다. 


"공론화 후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떠나서,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서 서로의 생각을 키워나가고 보다 지혜로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론화·숙의 토론회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해결방법은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에 사회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피력하도록 하는 공론화 과정은 우리 사회의 정치문화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공론화위원회의 원칙.

참여의 포괄성과 대표성·정보의 투명성과 객관성·참여자의 평등성과 성찰성·숙의성




숙의민주주의.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땐 좋은 점만 보였습니다. 민주국가에서 시행하려는 정책이 갈등을 야기할 때 깊이 생각하는 절차를 포함시키는 게 왜 나쁠까. 하지만 숙의민주주의 자체는 꽤 어려운 가치 판단을 요구합니다.


  숙의성과 대표성이 배치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어떤 쟁점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일(공론화)은 정책을 만들거나 직접 시행하는 일부 인원에게서 벗어나 넓은 반경의 사람들에게서 의견을 모으고 적용하는 일을 뜻합니다. 즉 공론화는 무조건 '깊이 생각한다'와 동일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야기할 것인가'란 문제도 내포하는 셈이죠.


  토의에 참여하는 시민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차분한 숙의가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김주형 교수는 논문에서 분석했습니다. 반대로 소규모 집단이 깊이 토의 하기를 강조하면 이들이 엘리트 집단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고 얼만큼 깊이 논의해야 숙의성과 대표성을 충족하는 합의를 내놓을 수 있는지 반드시 고민해야 합니다. "미니 공중의 한계"를 경고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미니 공중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내린 결정을 나의 결정으로 간주할 이유가 없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설득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숙의와 사려 깊음의 가치는 보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참여와 민주주의의 측면에서는 꽤나 문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2014년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를 유치할 때도 공론화위원회가 조성됐습니다. 시흥시 시민협의회는 3차례 사업 설명회를 열고 4차례 회의, 2차례 타운홀 미팅, 1차례 시민토론회와 공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죠. 하지만 300명이란 참여인원이 문제가 됐습니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지 않았느냔 의문이었죠. 공정한 홍보 안내가 됐는지도 물었습니다. 객관성과 중립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여기까지 오니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예시를 들면서 너무도 쉽게 숙의민주주의를 도입하면 된다고 말한 제가 얼마나 무책임한 발언을 했던 건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중요한 건 숙의민주주의란 개념 자체보다 '어떻게 숙의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일이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가 숙의민주주의 절차에 관한 관심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다시 한번 



매일경제의 이 기사, 어떠세요?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12/1339919/#reple



참고자료.

공론화위원회 발전방안 연구 - 시민참여형 숙의과정의 발전적 운영 및 제도화를 중심으로. 2019. 12. 정책기획위원회

숙의와 경청, 그 여정의 기록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백서. 2018. 1.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숙의와 민주주의: 토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본 공론화위원회. 2018. 김주형. 서울대학교. 현대정치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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