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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혁재 Nov 06. 2021

일출 같은 노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힐링될지도

-힐링n차탐구

“이 쪽 차선으로 쭉 가면...”


초행길이란 핑계를 대면서 꾸물꾸물 대부도로 가는 길, 여자 친구가 옆자리에서 연신 차선 방향을 알렸다. 오이도에서 대부도로 넘어가는 길. 시화방조제에 들어서면서 바닷가 쪽 차선으로 차를 옮겼다. 미세먼지 탓에 조금 뿌옇지만 바다다!


바다가 만드는 경계선이 흐릿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두둥실 떠다니는 배들로 어렴풋이 바다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여유롭게 달리다 보니 대부도 먹자골목을 지나고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에 도착했다.


순전히 노을을 보자는 목표 하나로 도착한 카페다.


##힐링의 순간


통 창 밖으로 호수처럼 갇힌 바다가 보였다. 호리한 탈출구가 나있고 그 뒤로는 수평선이 슬쩍 보이는 풍경. 탁 트인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자란 게 20년 남짓이라, 아담한 바다 풍경을 적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른다.


바다의 파편 정도 봐 놓고 ‘아담한 바다’라 하긴 참 건방지지만..

풍경은 해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에 맞춰 적응되어 갔다. 해가 낮아질수록 노을이 바다에 비치는 거리가 길어지는데 노오란 색채가 구름 사이, 바닷 물결 위로 퍼져갔다.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질수록 구름에 가리기 시작했는데 미묘하게 일출과 모습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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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태양이 꼭 뜨는 태양 같네’


일을 시작하고 떠난 첫 휴가. 왜 노을을 보고 싶었을까. 어쩌면 지는 해의 마지막 따뜻함이 다가올 휴가 마지막 날 줄 위안이지 않을까 해서였을지 모른다.


불안한 직장생활에서 잠시 떨어져 나온 첫 휴가이다 보니 계속 신경 쓰이는 휴대전화를 손에서 쉬이 놓지 못하다

여자 친구에게 첫날부터 휴가 끝나는 게 싫다고 투덜거렸다.


“일을 하니까 휴가가 재밌지”


맞는 말이다. 매일 휴가 가자고 퇴사할 순 없잖아?


일몰과 찾아온 어둠이 휴가의 시작을 깜깜하게 물들였지만 일몰과 일출의 미묘한 닮음의 순간은 짧게 지나갈 휴가의 반짝임을 나타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휴가의 끝은 다음의 휴가를 위해 해가 수평선을 뚫고 나오는 순간이라면 다음 휴가도 역시 노을과 함께 시작해야겠다.


시작과 끝 묘하게 닮았던 풍경이 바쁨과 여유의 경계에서 여유로 한 발짝 발을 담글 수 있게끔 도와준 것일지도!



##탐구 결과

- 일출 같은 노을 사진

- 차감된 휴가 일수

—————

“휴대폰 좀 그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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