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수치 만땅 웹툰 4선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逃げるわ恥だが役に立つ>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귀여운 건 최강이에요 (カワイイは最強なんです。)
‘멋있다’의 경우 멋지지 않은 면을 보면 환상이 깨질지도 몰라요 (カッコイイの場合、カッコ悪いところを見ると幻滅するかもしれない。)
하지만 ‘귀엽다’의 경우는 뭘 해도 귀엽다고요! (でもカワイイの場合は何をしてもカワイイ!)
귀엽다 앞에서는 모두 복종. 전면항복이라 이거예요! (カワイイの前では服従。全面降伏なんです!)
여자주인공 미쿠리가 남자주인공 히라마사에게 ‘귀엽다’고 말하자 히라마사는 ‘남자에게 귀엽다는 말은 좀…’이라며 난색을 표하는데 이에 미쿠리가 당차게 말한 대사이다.
귀여움은 분명 아주 두꺼운 콩깍지이다. 귀여워 보이면 이미 게임 끝이라는 말도 있다. 미쿠리가 한 말처럼, 멋있다고 느낀 상대의 멋지지 않은 면을 보면 감상은 깨지지만 귀여움은 범위가 넓다. 당당하면 당당해서 귀엽고, 쭈구리 같으면 쭈구리 같아서 귀엽다. 똑부러지면 똑부러져서, 어리버리하면 어리버리해서, 잘나면 잘나서, 못나면 못나서 귀엽다. 귀여움은 그야말로 어디에나 갖다 붙일 수 있다.
웹툰에도 귀여움으로 중무장한 작품이 많다. 작가 수만큼 그림체와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독자는 귀여움을 표현하는 다양한 그림체는 물론 엄격한 귀여움, 엉뚱한 귀여움, 깨발랄한 귀여움, 철딱서니 없는 귀여움 등 여러 스타일의 귀여움을 즐길 수 있다. 아래는 나의 주관에 따라 고른 귀여움 폭발 웹툰이다. 혹시 선정 기준에 의아함을 가져도 이해하고 넘어가 주기를 바란다. 앞서 말했듯이 귀여움은 어디에나 적용되니 말이다.
[FM 대학생 바름이의 바른생활 마이웨이 - <바른연애 길잡이>]
<바른연애 길잡이> 주인공 정바름은 바른생활 청년이다. 바름이는 매일매일 할 일을 정하고 반드시 시간표에 맞춰 행동한다. 마치 데일리 퀘스트를 수행하는 플레이어처럼 단 한 시간도 허투루 사용하는 법이 없다. 계획대로 사는 바름이는 연애도 계획을 세워 접근한다. 하지만 연애가 어디 계획대로 되는 일인가. 바름이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연애에 부딪히며 연애 감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깨우쳐간다. 또한 항상 주변에서 존중 받고 스스로도 옳다고 생각한 계획적인 행동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고 어떤 경우에는 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바름이는 점차 자신이 세운 틀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바른연애 길잡이>는 SD 캐릭터(인물 캐릭터의 한 형태로, 실제 비율을 무시하고 상대적으로 두상의 비중을 키우고 몸통 비중을 줄여 귀여운 이미지를 묘사하는 캐릭터 일러스트를 뜻함)를 적극 활용한 작품이다. 매 회차마다 SD 캐릭터를 이용한 컷이 꼭 들어갈 정도로 빈번하게 사용되는데, 이는 작품 전반에 깔린 알콩달콩한 분위기와 인물의 귀염뽀짝한 매력을 극대화하고 자칫 무겁게 느낄 수 있는 일부 내용을 가볍게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설렘 가득한 로맨스와 모든 등장인물의 성장 서사,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체의 조합으로 연재 기간 3년 동안 화요웹툰 상위권 자리를 놓치지 않은 작품, <바른연애 길잡이>. 작품이 가진 귀여운 매력을 만끽하고 싶다면 완결을 코앞에 둔 지금, 유료로 전환되기 전에 바로 정주행하러 가자!
작가: 남수
플랫폼: 네이버웹툰
[철딱서니 없는 백작 영애의 빙의 생활 적응기 -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로맨스판타지 소설 속 여자주인공에 빙의한 작품이야 꼽을 수도 없이 많지만, 이토록 철딱서니 없는 빙의자가 있을까.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속 주인공 리플리는 빙의자가 아니라 마치 원래부터 백작에게 예쁨만 받고 자라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상태로 자라버린 철부지 백작 영애 같다. 원작 남주와 여주가 만나는 장면을 보려고 참석한 연회에서 만취해 현생에서 익힌 폭탄주 말기를 시전하고 도리어 사교계에서 주목을 받지 않나, 결혼식을 준비해야 하는 바쁜 시기에 갑자기 사업에 눈을 뜨는 바람에 결혼 준비는 버려 두고 사업 준비에만 매진해 예비신랑에게 엄청난 눈총 세례를 받는다.
그럼에도 리플리를 미워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이 향하는 대로 곧장 달려가는 순수함 때문이다. 원작 흐름을 따라가려 할 때는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뒤틀린 내용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원작 커플을 이어주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원작 흐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리플리로 살기로 마음먹은 이후에는 남주를 향해 경주마처럼 직진한다. 너무 한 곳만 보고 직진하느라 여러 가지를 놓치고 흘리기 일쑤이고, 거짓말도 너무 허술해서 금방 들통나 버리지만 이 또한 리플리가 가진 귀여움을 부각하는 포인트이다. 전담 하녀조차 막냇동생 보듯 하는 철부지 아가씨 리플리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고 싶다면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를 추천한다.
작가: 황도톨(원작)/티바(각색)/MSG(그림)
플랫폼: 네이버웹툰 / 제작사: 이코믹스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나이, 10대 - <인어를 위한 수영교실>]
<인어를 위한 수영교실>은 10대 특유의 엉뚱한 귀여움이 잘 담긴 작품이다. 이야기는 수영이 초아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시작한다. 수영 특기생이자 쾌활한 성격으로 반에서 핵인싸인 수영은 우연히 반 친구 초아의 비밀을 알게 된 일을 계기로 초아에게 수영을 가르쳐 준다. 비밀 수영 강습을 하면서 가까워진 두 사람을 중심으로 수영의 단짝친구인 이슬과 찬희, 그리고 전학생이자 초아의 어릴 적 친구인 일이 모이면서 다섯 친구는 매일 같이 서로를 놀리고 또 챙겨주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낸다.
<인어를 위한 수영교실>이 가진 엉뚱한 귀여움은 등장인물의 성격에 기인한다. 비밀을 감추기 위해 항상 혼자 다니는 주인공 초아는 사실 엄청난 자기 고집과 은근한 성깔이 있는 친구이다. 핵인싸 수영이는 모든 친구에게 살갑고 다정한 친구이지만 속은 여려서 대회를 앞두면 단짝 친구들 앞에서 아기처럼 엉엉 울기도 한다. 찬희는 낯을 가리지만 한번 정을 주면 애정은 물론 서운함까지 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는 투명한 아이다. 초아 언니인 도담이는 기분이 좋으면 온 말과 행동으로 하이 텐션을 표출하는데 거의 대부분 기분이 좋은 상태인 점이 특징이다. 이렇게 순수하고 솔직한 인물이 한 데 모이니 작품은 그 자체로 활기차고 발랄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바르고 순수하지만 어딘가 엉뚱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에 풍덩 빠져 보길 바란다.
작가: 용찬
플랫폼: 네이버웹툰
[소심왕 소라와 비글왕 해나의 귀요미 케미 - <소라해나!>]
<소라해나!>는 소심해도 너무 소심해서 타인에게 말도 못 거는 소심왕 소라와 공부는 못해도 친화력 하나는 지구 1등인 비글왕 해나의 이야기이다. 소라는 우연히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랜만에 하게 된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남자친구가 있다고 무심코 거짓말한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소라는 우연히 알게 된 친화력 만렙 언니 해나에게 남자친구 만드는 법을 알려 달라 부탁하고, 해나는 만년 전교 1등 소라에게 대학에 보내 달라는 조건을 걸면서 둘만 아는 거래가 성립된다.
<소라해나!>의 귀여움은 두 주인공의 성격에서 나온다. 소심한 소라는 콩알만한 간 때문에 누가 말을 걸면 화들짝 놀라거나 심하게 벌벌 떨며 쪼그라드는 등 리액션이 매우 크다. 쉽게 놀라고 쉽게 상처받고 쉽게 우는 소라의 모습은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만나 귀여움이 폭발한다. 소라가 소심해서 안아주고 싶은 귀여움을 가졌다면, 해나는 해맑고 활달한 귀여움을 가졌다. 해나는 주변 사람을 만나면 일단 껴안고 볼 정도로 치대는 스타일에 매사 하이 텐션인 성격이다. 주인을 만나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비글과 닮았다고 할까? 여기에 백치미가
MSG처럼 곁들여져 해나의 해맑음이 완성된다. 신중하고 소심한 소라와 후진 없이 돌진만 하는 해나 커플은 케미는 물론 케미를 살린 연출과 그림체 덕분에 두 사람이 가진 서로 다른 귀여움이 한껏 부각된다.
작가: 작불
제작사: 씨엔씨레볼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