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게 딱 좋아!>
지난 8월 말, 네이버웹툰 신작에 낯익은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20년 전 발간되어 초등학생인 나를 공포로 몰아넣은 추억의 공포만화 <무서운 게 딱 좋아!>가 웹툰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실 <딱 좋아!> 시리즈는 비단 공포 장르에 국한된 학습만화가 아니다. <놀라운 게 딱 좋아!> <우스운 게 딱 좋아!> <쇼킹한 게 딱 좋아!> 등 다양한 장르가 있었지만, 최고 인기는 단연 <무서운 게 딱 좋아!> 였다. 당시 초등학생인 나에겐 웬만한 공포영화보다 이 책이 더 무서웠다. 공포영화는 끔찍하게 싫어하면서 이상하게 <딱 좋아!> 시리즈는 신간이 나오면 꼭 사서 읽고 학교 친구들과 신간 에피소드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야기하곤 했다.
<무서운 게 딱 좋아!>는 네이버웹툰 공개 직후 단숨에 순위가 상승하여 현재 서비스 요일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네이버웹툰도 작품 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신작이 상위권에 올라오기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는데, 성적과 댓글을 보면 90년대생이 작품에 얼마나 큰 호응을 보내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많은 독자가 작품을 공포가 아니라 개그로 소비하는 중이다. 20년 전에는 공포에 떨던 초등학생들이 지금은 작품을 귀여워하고 일부 설정이 얼마나 웃기고 어이없는지 이야기하며 추억에 젖는다.
<무서운 게 딱 좋아!>는 애초에 10화 연재로 기획했지만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연재 연장을 발표했다. 연재가 연장되면서 연재 주기는 주 2회에서 주 1회로 바뀌었지만, 또 어떤 에피소드가 20년 전 추억을 자극할지 기대된다.
단행본 만화와 미국 그래픽노블 웹툰화에 이어, 추억의 학습만화 웹툰화까지. 웹툰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 웹툰을 만난 기념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학습만화 2가지를 추억해보았다. 아래 소개하는 학습만화도 어느 날 갑자기 웹툰으로 새 단장하여 찾아올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밀레니얼 세대라면 모를 수가 없는 레전드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런 작품을 두고 ‘말이 필요 없다’ ‘설명이 필요 없다’ 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아닐까? 90년대생이라면 혹.여.나 읽어본 적이 없을지라도 존재를 모르기는 힘든 만화가 바로 홍은영 작가님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닐까 싶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고전 작품을 밀레니얼 세대 대부분은 아마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 익혔을 것이다. 수많은 신과 인간 영웅을 예쁜 그림체로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는 새로운 신이 등장할 때면 무엇을 관장하는 신인지, 어떤 머리색과 어떤 복장을 입고 나타날지 늘 기대했다. 만약 내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라면 어떤 신을 할지 친구들과 이야기한 일도 어릴 적 추억이다. 지금은 바람둥이 제우스나 강제로 페르세포네를 끌고 가 아내로 삼은 하데스를 보면 눈쌀을 찌푸리고, 파리스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편을 든 헤라와 아테나를 보며 치졸하다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재미있을 뿐이었다.
중간에 작가가 바뀌면서 나를 포함한 주변 친구 모두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작별했지만, 지금도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지식은 상당 부분 이 책에 빚지고 있다. 단언컨대 웹툰으로 돌아온다면, <무서운 게 딱 좋아!>를 상회하는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서바이벌을 상상하게 한 바로 그 작품 - <살아남기> 시리즈]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후 내 최애 만화가 된 작품이 바로 <살아남기> 시리즈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가 무인도, 아마존, 사막, 빙하에서 조난당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시리즈를 보면서 만에 하나 조난당할 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물을 정수하는 법이나 체온을 유지하는 법을 얼마나 달달 외웠는지 모른다(물을 정수하는 법은 아직도 기억난다). 심지어 다 외우기가 힘들어서 동생과 나눠서 외우기도 했다(혼자 조난당하면 어떡하려고 했는지).
작가가 여러 번 바뀐 탓에 웹툰화되려면 저작권 조율 등 난항이 예상되지만, 간간히 커뮤니티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를 추억하는 밀레니얼 세대 동지를 볼 때마다 작품을 다시 만날 기회를 나도 모르게 존버하게 된다.
★★★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 중인 전설의 소설 원작 만화 - <이문열 이희재 만화 삼국지>]
<삼국지>는 원작 소설이 워낙 유명한 만큼 다양한 작가를 통해 만화판이 출간되었다. 개개인이 어린 시절 접한 <삼국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내 어린 시절을 담당한 <삼국지>는 이문열 작가가 평역하고 이희재 작가가 작화를 담당한 <만화 삼국지>였다.
마르고 닳도록 읽은 <만화 삼국지>는 현재 <이희재 삼국지>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 중이다. 단행본 판형도 꽤 큰 편이어서 웹툰화 됐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올해 4월에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까지 매주 연재 중이다.
<만화 삼국지>는 소설 속 내용을 속속들이 다 담진 못하지만, 일부 장면은 오히려 소설보다 만화가 더 강렬하게 여운이 남는다. 특히 추천하는 부분은 적벽대전과 오장원에 지는 별 편이다. 읽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두 장면은 눈앞에 생생하다. 당시에는 굉장히 장엄하기만 한 무협풍 그림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눈엔 그림체가 동글동글 귀엽기만 하다. 서사가 가진 장대함만큼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 지금도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지, 확인하고 싶다면 카카오페이지로 가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