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영지 설계사>
문백경 작가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을 찾아 보다가 발견한 작품, <역대급 영지 설계사>. 작품은 토목공학도 주인공 김수호가 소설 속 귀족인 ‘로이드 프론테라’에 빙의하면서 토목공학 지식을 활용해 망해가는 영지를 되살리는 내용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어라? 이런 개그 텐션 어디서 봤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10년에 연재된 네이버웹툰 인기 작품 <질풍기획>을 그린 이현민 작가님이 각색/콘티로 참여한 작품이었다. 작화가 아닌 스토리만으로 작가를 파악 가능할 정도로 작가로서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뜻이다.
개그텐션만큼 작가 색을 진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어딘가 현실에서 쓰기 유용해보이는 연출과 멘트가 있다는 점이다. 광고회사를 다닌 이력을 살린 작가 데뷔작 <질풍기획!>은 개그 색이 강한 작품임에도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연출과 멘트가 많았다. <역대급 영지 설계사> 역시 주인공이 영지를 살리기 위해 일을 따내고 작업을 해나가는 에피소드가 반복되기 때문인지, 현실적인 동시에 현실에서는 쓰기 힘든 사이다 연출과 멘트가 곳곳에 있다. 사람 때문에 버티다가도 사람 때문에 분노하는 일이 일상인 직장생활. 팍팍한 상황마다 피식- 하고 작게 숨 쉴 틈을 만들어줄 짤을 <역대급 영지 설계사> 속에서 찾아보았다.
[상대하기 싫은 직장동료나 협력업체가 있을 때]
누구나 품고 있을 스킬 ‘마음의 벽’. 이 스킬은 상대를 향한 반감을 표현하는 스킬로, 무시 못할 상대이니 상종은 한다만 실은 온몸으로 싫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어 스킬이다.
로이드는 빙의 이후 온돌 사업을 제안하기 위해 술집 주인을 찾아가지만, 빙의 전 과격한 언행으로 이미 민심을 잃은 탓에 술집 주인이 로이드를 상대하는 순간 스킬이 자동 발동된다.
물론 작품 속에서는 로이드가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회복하지만, 현실에서 한 번 잃은 신뢰는 돌이키기 힘든 법. 함께 일하는 사이에 노골적인 스킬 발동은 쉽지 않아도 공공의 적이 있을 때 단톡에서 사용한다면 일시적인 분위기 환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좋은 아이디어를 낸 동료에게 남다른 리액션을 하고 싶을 때]
여럿이 일하는 조직의 좋은 점은 혼자 일하는 직업에 비해 집단지성을 쉽게 사용가능하다는 점이다. 내가 머리를 싸맨 문제가 타인에게 의견을 구할 때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험은 누구나 있다. 직장에서 회의는 보고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여러 시각을 한 자리에 모아두고 기탄없이 의견을 받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지점을 찝어주거나 내 눈에는 도통 보이지 않던 해결책을 시원스레 제시해주는 직장 동료에게 남다른 리액션을 하고 싶다면 이 짤을 사용해보자. 특히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는 메신저로 업무 내용이 오고가는 경우가 많고, 화상회의는 생각보다 리액션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럴 때 채팅창에 짤 하나 보내준다면 내가 느끼는 감사함과 놀라움을 모두 표현하며 동시에 상대에게 업무 시간 속 작은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다.
[상대가 호의를 권리로 알거나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할 때]
직장생활 해본 사람은 다 안다. 호의를 권리로 알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친절하게 포장해서 말이 되는 소리처럼 들리게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안타깝게도 현생을 사는 직장인이 실제로 쓰는 직설적인 발언은 수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상대에게 짤을 직접 보내기는 힘들지만, 아쉬운 대로 통화하거나 메일을 쓸 때 옆에 띄워놓는 정도로 만족하자.
[위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켜서 하고 있을 때]
’나는 OO직무인데 왜 관련도 없는 업무를 해야 하지…?’
‘나는 △△부서인데 왜 알지도 못하는 □□팀 일을 해야 할까…?
아마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일수록 위와 같은 상황을 맞닥뜨릴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소드마스터 경지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검술 실력을 자랑하는 하비엘은 로이드가 변한 이후 매번 로이드가 벌이는 분양 사업 현장에서 막노동 인력으로 차출된다. 로이드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거절하지만 ‘영지를 지키는 것이 기사의 참된 도리 아니냐’는 로이드의 말에 결국 노동을 자처하는 하비엘. 마치 불만이 있지만 섣불리 직장을 그만두기 힘든 내 모습과 닮았다.
‘제가 이걸 왜 해요?’ 라고 하기에는 업무 규모가 짜치거나 오래 지속되지 않아 거절하기 힘들다면 친한 동료에게 짤로 신세 한탄 한 번 하고 업무로 복귀해보자.
[웃으며 철판 깔아야 하는 상황이 올 때]
예전에 물어봤는데 기억이 안 나서 또 물어봐야 하거나, 상대가 바쁜데도 불구하고 일을 부탁하거나 질문해야 할 때. 이외에도 회사에서 철판 깔고 웃으며 무언가를 부탁해야 할 상황이 올 때 이 짤을 써 보자. 상대도 상황을 알면서도 당일 기분과 상황에 따라 평소보다 더 짜증날 수도 있다.
어차피 부탁해야 할 일, 어차피 질문해야 할 일이라면 조금 부드럽게 분위기를 풀고 부탁하면 어떨까?
여기서 명심해야 할 팁 두 가지. 첫째, 명확한 내용과 데드라인 전달은 상식! 둘째, 상대가 짤을 받고 없던 짜증도 생기는 성향이라면 사용을 자제하기.
[상사나 임원이 알맹이 없는 계획을 추진하려 할 때]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지만, 연차와 업무 능력이 반드시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경력도 마찬가지다. 으리으리한 경력직을 모셔왔다고 해서 똑같이 좋은 성과를 내라는 법은 없다. 나아갈 길을 잘못 파악해서, 새로 옮겨 온 분야나 회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윗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회의에서 윗사람이 말하는 얼토당토 않는 계획을 들었을 때 사원 단톡방에서 이 짤을 써보자. 사실 아랫사람은 찍힐까 두려워서, 반박하기엔 잘 몰라서 등등 여러 이유로 위에서 내려온 결정에 크게 딴지를 걸기 어렵다. 하지만 아랫사람이 결정을 따라온다고 해서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땐 같은 처지끼리 하소연이라도 해야 일을 시작할 마음이 생긴다.
하비엘이 보기엔 로이드가 계획이 없어 보이는 눈이었지만 로이드는 결국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다. 내 상사도 로이드 같은 미라클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업무를 계속해보자.
[친한 동료는 야근인데 나는 먼저 퇴근할 때]
회사에서 많은 시간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마음을 의지하는 동료가 있는 건 큰 행운이다. 하지만 소중한 동료와 언제나 함께하는 정시퇴근 같은 행운은 따라오지 않는다. 학생 때라면 같은 내용을 배우니 숙제를 도와주거나 대신 해주는 의리를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는 하는 일도 제각각이라 도와주면 오히려 업무 시간만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야근하는 동료가 내 염장질을 받아줄 정도로 상태가 괜찮다면 장난삼아 이 짤로 염장을 질러보자. 야근하는 입장이라면 ‘우이씨’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만 내가 야근하게 된 상황에 상대가 쓸 짤을 공유해 주는 셈이니 쌍방 이득인 셈이다.
동료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상하거나 삐질 상황이 염려된다면 짤을 보낸 이후에 ‘농담’이라고 덧붙여 상황을 무마하거나 간단한 기프티콘을 선물해 빠른 퇴근을 기원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