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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뚝이샘 Oct 12. 2018

친구 좀 가려서 사귈 수 없겠니?

아이는 친구라면 다 좋아하지만, 엄마는 딸 친구가 다 좋은건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놀이터에 나가면 친구부터 찾습니다.

혼자 노는 나이는 지났나봐요. 

전에는 놀이터 나가면 곧장 그네로 달려갔었는데 

이제는 두리번두리번 같이 놀 친구부터 찾네요. 


아이는 친구라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합니다만

엄마인 저는, 딸아이 친구가 다 좋은건 아니에요.

솔직히 정이 안가는 아이들이 있어요. 


가령, 딸에게 미운 말을 툭툭 내던진다던지 

은근한 눈빛과 태도로 친구를 독점하고 우리 딸을 배제시키려 하던지 

내 아이를 이용까지는 아니라도 제멋대로 쥐고 흔들려 한다던지

그런 걸 보면 제 마음이 먼저 상합니다.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인지라, 문제 행동에 대한 캐치가 빠르다보니 거슬리는 일도 많답니다.


엄마 마음에 안드는 아이 친구를 대하는 3가지 자세입니다.                                         

첫째, 경험이 안목을 만듭니다.
둘째, 섣부른 개입은 부작용을 낳습니다.
셋째, 조화와 융합을 가르쳐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냥 두자니 마음이 편치 않고 불안하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첫째, 여러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둘째, 감정이 아닌 사실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세요.
셋째, 한계를 정해보세요.                          


                                  

첫째, 경험이 안목을 만듭니다.


이성간의 교제를 떠올려 보세요.
아이가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보기에  그 남자애가 영 아니다 싶은거죠.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만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아이에게 조언했습니다.
"네. 엄마. 알겠어요. 헤어질게요" 하고 헤어졌을까요?
싫다고 거부하지 않을까요? 
엄마가 싫어하니, 대충 둘러대고 몰래 만날 수도 있구요.
친구관계도 마찬가지에요.
엄마가 싫어한다는 걸 알면, 몰래 놀거나 이야기를 안 하게 될 수 있어요. 
결국 관계의 결정권은 제3자인 엄마가 아닌, 당사자인 아이들이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성향의 친구는 좀 피곤하구나, 나랑 맞는 친구도 있고 나와 다른 친구도 있구나 등등
겪어봐야 사람보는 안목이 생깁니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쳐야 합니다. 
안목을 키우기 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속상한 일, 손해보는 일도 겪게 되구요. 하지만 그 역시 배움의 과정입니다.

아이가  이 친구 아니면 못산다 한거도 아닌 이상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믿음으로 기다려주면 본인이 스스로 깨닫고 알아서 지혜로운 선택을 할 날이 옵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둘째, 섣부른 개입은 부작용을 낳습니다.

부모의 섣부른 개입은 도리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가령 특정 친구와 놀지 말라고, 어울리지 말고 거리를 두라고 하고 나서
"우리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래"
"이모, 우리 엄마가 서연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라고 떠들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아이는 물론이고 그 아이 부모 입장에서도 굉장히 마음 상하는 일입니다.
상대편 엄마에게 
"우리 애는 서연이가 버거운 모양이에요. 근데 자꾸 서연이가 같이 놀자고 한다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서연이 어머니께 연락드렸어요."
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의를 갖추어 교양있게 말했다 하더라도 개입 자체가 불편하고 무례한 일입니다. 
똑같이 배제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어요.
엄마의 의도와 다르게 내 아이를 멀리하려는 친구들이 많아질수 있습니다.


셋째, 조화와 융합을 가르쳐주세요.

"쟤랑 놀지 마."
"엄마는 너가 그 친구는 좀 멀리 하면 좋겠어. 너한테 도움이 안돼"
"너랑 안맞는 사람도 있어. 그 친구가 딱 그래. 굳이 안맞는 사람과 어울릴 필요 있을까?"
어감은 다르지만, 전하고자 하는 바는 같습니다.
친구를 선별하라는 거에요. 좀 심하게 말하면 배제하라는 거죠.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중요한 가치는 
선별과 배제 이전에 조화와 융합이어야 합니다.
선별과 배제는 경쟁위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조화와 융합은 저절로 익히기 어려워요.
인간관계에서 손해만 보지 않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어려서부터 깨우칠 필요가 있을까요?
유년기 또래 친구관계에서는 
친구가 울 때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정겨움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의 손길을 외면치 않는 따스함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실리를 생각지 않고 손해 보는 것을 아까워 하지 않는 순수한 사귐을 맛보았으면 합니다. 



엄마인데 그냥 지켜만 보자니 마음이 편치 않고 불안하다면요
이렇게 해보세요.                      

                

첫째, 여러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엄마가 볼때 별로인 그 친구와 자주 놀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불안하다면 
아이에게 맞는 성향의 친구와도 약속을 잡아주고 
여러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경험을 갖도록 유도해 보세요.
다양하게 만나다보면 시야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감정이 아닌 사실을 가지고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세요.

엄마 마음에 안드는 감정을 말하기 보다 문제의 포인트, 팩트에 대해 대화를 하세요. 
이를 테면, 명령조로 대하는 말투가 문제라고 보시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아까 서연이가 너한테 물 갖고 오라고 하던데.. 엄마가 듣기에는 꼭 아랫사람 대하 듯 명령하는 것처럼 들렸거든. 너 생각은 어때?"
엄마의 불편하고 싫은 감정을 이야길 하면 아이에게 남는 건
우리 엄마는 저 친구를 싫어한다 뿐이에요.
중요한건 이유인데, 그건 입력이 안되요~ 


셋째, 한계를 정해보세요. 

문제를 알면서도 아무말 안하고 모른척 하라는 이야기를 드리는 게 아닙니다.
개입보다는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라는 것이에요. 
다만 한계는 필요합니다.
언제까지나, 모든 행동에 대해 괜찮다고 믿어주고 기다려 줄 수는 없어요. 
저의 한계는 이런 것입니다. 
폭력은 안된다는 원칙이요. 
폭력은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폭력을 휘둘렀을 때는 기다려주지 않아요. 
꼭 신체폭력이 아니라 아이가 모멸감을 느낄만한 욕설도 언어폭력이니 그건 지켜만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원칙과 한계는 부모의 가치관과 양육방침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걸 정해보고, 그 안에서 아이를 지도해보세요. 
육아에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하지요. 원칙과 한계를 정하면요, 그 일관성 또한 생깁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사귐이 언제까지 일까요?
저는 유년기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열매라고 봅니다. 


유년기의 순수한 사귐의 기억들로 말미암아
어른이 되어서 경험할 각박하고 차가운 세상을 
따뜻한 가슴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날까지 아이의 빛나는 유년기의 친구 사귐을 
걱정이 아닌 응원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넉넉하고 여유있는 엄마가 되고 싶네요~ 

https://blog.naver.com/jiiyoung82/22137536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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