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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뽁이 Sep 15. 2024

우울증 환자가 PT를 받으면 (4)

04. 근육은 상처 입고 회복하며 강해진다

PT 첫날로부터 2주가 흐른 후, 근육통의 강도는 많이 줄었다. 그러나 가끔 새로운 운동을 해서 새로운 근육을 자극하면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고통에 대한 시각은 달라졌지만, 왜 고통 없이 더 나아질 수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는, 쉬운 길을 찾으려는 본능 때문일 터였다.


그때 스치듯이 들었던 근육이 키워지는 과정에 관해 찾아보았다. 근육은 운동을 통해 미세하게 손상된 후 회복된다. 신체는 손상된 근육을 수리하고 근육은 이전보다 더 강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반복하면 근육이 점차 더 많은 스트레스에 적응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영양 섭취와 휴식, 수면이다. 흔히 말하는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고른 섭취가 근육의 회복과 성장을 돕는다. 휴식은 근육이 회복할 시간을 주며, 수면 중 성장 호르몬이 근육 회복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근육이 회복되는 동안 영양을 섭취하고 잘 쉬고 잘 자야 한다는 뜻이다.     


근육통이 왜 필수적인 과정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우울증의 원인을 찾으려고 아등바등할 때 책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기본이라는 말. 나는 회사에 다니며 이들 중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이전 회사에서 야근하면서 식생활은 온갖 당류 간식과 불규칙한 식사로 엉망이었다. 또 퇴근 후에도 쉴 수 없는 업무 구조로 새벽 서너 시에도 깨는 등 불면증도 심했었다.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늘 초긴장 상태였다. 말 그대로 쉴 틈이 없었다. 솔직히 거기서 버티던 다른 동료들도 잠은 포기한 것 같았다. 업무 시간에 졸거나 죽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우울증이 오는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회사에서 상처가 되는 말도 많이 들었다. 나를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말들. 그런데 그 말들이 대부분 진실이 아님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쉼이었다. 마음 편히 자고 건강한 식단을 챙겨 먹으니 자연스럽게 그 말들을 모두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가 없으며, 상대도 그 상황에서는 그런 말들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을 거란 이해심이 생겼다.     


결론적으로 나는 마음이 아주 조금 강해졌다. 앞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어느 정도는 흘려들을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쉬면서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됐다.     

나에게는 상처 입은 나를 돌보는 휴식 시간이 필요했다.


출처: https://blog.naver.com/drdamoa/223317936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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