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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음 Oct 27. 2023

사레들린 식탁

2023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현우는 도살장 앞에서 울다가 죽었다 


현우 애인 선기는 현우의 영정에 

돼지 가면을 쓴 현우 사진이 놓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님맞이 음식으로

홍어무침과 돼지 완자와 소고기 무국이 준비되었다


현우의 어머니가 모든 걸 결정했다

세상 돌아가는 순리대로 했을 뿐이다 


쇄골과 손목에 가시 문양 타투를 새긴, 현우 친구 민아가

빈소를 찾아 현우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을 형식, 정, 은유가 둘러싸고 울었다

사레들린 어머니가 한참 동안 기침을 했다


많은 친인척과 지인이 찾아와 조의를 표했다

여기 음식, 잘하는 데서 맞췄나 보네


어머니가 조문객들과 말이라도 섞어야 할 것 같아 침을 삼켰을 때

다시 사레가 들렸다 

어머니의 기침이 일순간 적막을 불러왔다


어머니는 황급히 그들에게서 멀어져 빈소 귀퉁이에 작게 섰다


식탁들은 어디나처럼 가지런했고

순리대로 먹고 말하고 살아있는 몸이 있었으며 

순리대로 끊어지고 씹히고 사라지는 몸이 있었다


어머니는 영정 앞으로 다가가 

환히 웃고 있는 현우를 안고 말없이 밖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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