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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음 Oct 27. 2023

계속되는 막대사탕

2023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이거 내가 안 그랬어 안 그랬다고


싸움 끝엔 언제나 엄마가 있었지

사람과의 싸움 사물과의 싸움 없는 것과의 싸움 죄 예외 없이

눈 감았다 뜨면 

때로는 선생이나 아빠의 얼굴


그게 뭐든 나는 매번 키가 작고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보이지 않는 데서 사람들은 웃는데

목소리를 키우고 또 키워도 자꾸 뭉개질 만큼

사람들은 협동을 하는데


잘잘못을 따지는 가까운 이들은 아주 깊고 예의가 발라서

가까운 사람들은 오지 마 절대 가까이 오지 마

망가진 가재도구를 밟으며 달리며 엎어지는 나

시원하네 나 당신들한테 당한 거다


깨진 접시가 발악하듯 저마다의 잃은 몸을 끌어당겨 하나로 복구되는 시간

누구 뺨은 조각들에 마구 찔려 피가 흐르고

피 흘리며 배꼽 잡고 웃고 말하는데 


모두가 제자리에만 있다 


깜빡 잠들면 꿈에서는 목소리를 긁어낸다

긁고 긁어도 피 흘리지 않는 곳이라서

전지전능하고도 사랑이 많은 이를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사실 아까는 좀 아팠어, 맑고 밝게 속삭이기도 하면서


이게 모두 나라는 게 이상하다 생각되면 

꿈밖으로 밀려나온 것이다

이상한 것투성이인 곳에서는

이상하고 혼탁하고 시치미 떼기에 능한 귀여운 정신으로


내가 모르는 곳에서 벌어지는 상처 

시드는 식물 

썩는 물과 

내가 있기 이전의, 추하게 빛나던 맞잡은 손 

개인지 늑대인지 모르는 때 이뤄진 두 사람의 시소와 미끄럼 타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이 

다 나의 몫이라는 이상한 사실들


이거 내가 안 그랬어 안 그랬다고

소리치고 울고 나면 

아주 달고 커다란 막대사탕이 있고

그 앞에는 까맣고 

귀여운 

두 눈이 

돌아와

어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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