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5
작년에 운영하는 책방에서 글쓰기 모임이 있었다. 글쓰기 모임 회원 중 한분이 동탄에 있는 독립서점 글쓰기 모임에서 회원들이 공저로 책을 출판했다고 알려주었다. 궁금증이 생겨 동탄의 독립서점 글쓰기 모임에서 출간된 #낫워킹맘을 사서 읽었다.
#낫워킹맘은 <산위에동네>라는 서점을 운영하던 전보라 작가, 창의력 학원을 운영하는 고하연 작가, 전직 수학교사인 박정선, 전직 예능 프로그램 방송 작가인 이정오 등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네 명의 여성들이 워킹맘과 전업주부 그 어딘가 경계에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다.
나 역시도 육아와 건강상의 이유로 40대 초반에 퇴사를 한 이래 프리랜서 강사, 현재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서 워킹맘(?)과 전업 주부 그 어딘가 경계에 있는 사람이라 폭풍 공감을 하며 읽었던 책이다. 책 서두는 "워킹맘 아니면 전업주부라니. MBTI도 16가지로 나누는데, 엄마를 오직 두 분류로 퉁 치는 건 너무하잖아?" 로 시작한다. 나는 예전부터 워킹맘과 전업주부라는 단어 자체가 대단히 폭력적이면서, 현재의 기혼 여성의 삶을 온전히 담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워킹맘이라니.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여성을 묘사하고 싶다면 직장맘이 훨씬 적절한 단어이지, 워킹맘이라는 단어는 직장에서 임금을 받지 않는 일을 하는 여성의 일을 일이 아닌 것으로 소외시키는 폭력적인 단어로서 이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집에서 애나 보며 논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게다가 전업주부라는 단어에는 뭔지 모를 부정적인 이미지가 잔뜩 덧씌워져 있어 "뭐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여성이 차마 "전업주부 예요"라는 말을 창피해서 못 할 지경이다. 상황이 이럴진데 출산율이 반등할 턱이있나. 돈이 없고, 집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행위가 직장을 영위하는데 방해가 되고, 육아를 위해 직장을 쉬거나 그만두면 예전 수준의 직장으로 복귀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는데, 돈을 벌지 않는 순간 '집에서 애나 보며 노는 전업주부' 취급을 받으니 왠만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자기애 vs 모성애, 사회적 존재로서의 한 인간 vs 엄마 그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점을 찾아 고분분투하는 네 명의 여자 인간의 이야기이다. 엄마가 되어 아이의 주 양육자가 되는 순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을 잃어버린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 척박한 현실 속에서 아이를 키우며, 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기 일을 찾아, 보다 성숙된 인간으로 오늘도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그녀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