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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서평

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9

by 김진원

2014년 발간된 <소년이 온다>는 1998년 첫번째 소설 <검은 사슴> 이래, <그대의 차가운 손, 2002>, <채식주의자, 2007>, <바람이 분다 가라, 2010>, <희랍어 시간, 2011> 에 이어 한강 작가가 발간한 여섯 번째 소설이다.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등 전작에서 가부장제, 집단 문화가 가하는 폭력에 맞써 저항하는 개인을 탐구했던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1980년 5월 광주에서 국가가 저지른 폭력 앞에서 개인들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과 후유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품 속 등장인물도, 책을 읽는 독자도 1980년 광주를 기억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연대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소설화하는 과정에서 한강 작가는 6개 챕터 별로 다른 화자를 등장시켜 다양한 시점을 드러낸다.

1장은 고등학생으로 열다섯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정대의 친구인 동호, 2장은 동호의 친구 정대 3장은 출판사 직원으로 언론검열로 경찰서에 끌려가 뺨을 맞고 풀려난 뒤 치욕 속에 살아가는 은숙, 4장은 518 당시 시민군으로 수감생활을 함께 했던 김진수가 훗날 자살로 삶을 마감한 뒤 그에 대해 증언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 나, 5장은 고문의 트라우마로 고통받은 노동자 여성 선주, 마지막 6장은 고등학생이던 아들을 잃고 살아남은 동호 어머니가 화자로 등장한다.


1980년대는 언론이 통제되던 시절이라, 광주에 연고가 없던 사람들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모르는 채, 정부의 선전 선동을 그대로 믿는 경우도 많았다. 더욱이 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지 않았는데, 한국 현대사에서 벌여진 국가적 폭력 사건에 대해 사회 구성원이 정확히 인지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역사 속에서 어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또 다른 어떤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폭력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폭력은 부당하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소설가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 한강

출판: 창비

발행: 2014. 5.19

카테고리: 한국소

쪽수: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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