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11
지은이: 아리스토텔레스
제목: 정치학
번역: 박문재
출판사: 현대지성
출간연도: 2024. 6. 26
페이지: 528쪽
요즘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도 정치 지형이 극심히 양분된 형태를 보이며, 극단적인 성향의 정치 단체들이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아무래도 교육이 교양이나 인문적 소양을 쌓기보다는 직업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술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정치가 무엇인지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채 SNS 알고리즘을 통해 끊임없는 자기 확신과 자기 강화만 이루어지는 결과다 싶어, 운영하는 온라인 북클럽에서 3월의 도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선정하여 읽었다.
무려 2천년도 더 전에 쓰여진 책이라, 노예제도를 당연시 한다던지, 여성과 아이들은 시민이 아니라고 한다든지 (사실 반은 인간으로 취급되고 있지 않은 듯한) 등 인권에 대한 관념이 현대와는 너무 달라, 서두에서 거부 반응이 드는 문제는 있으나, 2천년간의 시간에 따른 관념의 차이를 인정하고 읽으니 이 책이 왜 정치학의 조상과도 같은 취급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 2천년간 자연 과학은 눈부실 만큼 진보하여 현대인들은 지구와 우주에 대해 고대인들에 비해 훨씬 많이 알게 되었고, 과학에서의 발전이 혁명적으로 생산성을 높힌 결과 인간은 더 풍요롭게 살게 되었지만, 인간 본연의 본성만큼은 2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바가 없어, 2천년 전 고대시대에서 행해진 정치 행태나 2025년의 정치 행태나 별반 다를바 없이 비슷하다는 점이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의 핵심은 그의 또다른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 에서 정립한 윤리관에 기초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국가는 개인의 행복 실현을 위한 “최고의 공동체” 여야한다. 또한 개인의 행복은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공공체에 도움이 되는 공공선을 실천하는 삶에서 온다고 보았다. 또한 정치하는 사람은 세속적인 재산이나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공공선에 대한 확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윤리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참 공자님같은 말씀이다 싶기는 한데, 이상주의자였던 플라톤과는 달리 현실주의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상적인 한명의 정치인에게 의존하는 플라톤의 철인정치는 가능성이 낮고, 설혹 가능하다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중간 지대에 있는 중산층들이 주축이 된 법치주의 국가를 현실 세계에서 구현 가능한 이상적인 정치 시스템으로 보았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셈이다. 부디 타락한 귀족정인 과두정과 포퓰리즘으로 점철된 중우정치의 필연적 결말인 참주정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다시 합리적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바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