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털없는 원숭이" 서평

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12

by 김진원

지은이: 데스몬드 모리스(Desmond Morris)

제목: 털 없는 원숭이 (The Naked Ape)

번역: 김 석희

출판사: 문예춘추사

출간연도: 2020. 6.5


『털 없는 원숭이』 – 인간이라는 동물을 새롭게 바라보다

1967년 초판이 출간됐을 당시, 인간을 ‘동물의 한 종’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꽤 낯설고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데스몬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가 전 세계 28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이기적 유전자』나 『사피엔스』 같은 책들이 잇따라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제는 "인간도 동물이다"라는 관점은 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느낀 점이 있었다. 약 1,500만 년 전, 기후 변화로 숲이 줄어들자 인류의 조상은 생존을 위해 숲을 떠나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전신의 털을 벗어 던지고 초식에서 육식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학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배울 땐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변화의 과정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숲속에서 과일과 열매를 따먹던 조상이 들판으로 나와 사냥을 시작하고, 그로 인해 남녀 간의 역할 분업이 생겨났으며, 일부일처제가 정착되었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더 이상 사냥으로 먹이를 구하지 않는 현대에 이르러 예전의 성 역할이 흐려지고, 결혼 제도가 약화되는 등, 요즘의 변화들이 더 잘 이해가 된다.


『털 없는 원숭이』는 인간의 짝짓기 방식뿐만 아니라, 모방 능력, 탐험 욕구, 공격성과 같은 본능이 어떻게 진화하고 인간을 독특하게 만들었는지 이야기한다. 동시에, 식습관이나 몸단장 같은 일상적인 행동 속에도 동물적인 본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을 짚어 내기도 한다.


책은 약 300페이지 정도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복잡한 전문 용어 없이 쓰여 있어 과학책에 익숙하지 않아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나 『코스모스』 같은 책에 흥미는 있지만 시작이 망설여졌던 독자라면 『털 없는 원숭이』는 아주 좋은 입문서가 될 것 같다.


추천 독자
・과학책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
・인간의 본성과 진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
・『이기적 유전자』, 『사피엔스』를 흥미롭게 읽은 독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