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14
지은이: 유현준
제목: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간연도: 2023. 5.30
건축을 통해 세계를 읽는 법 –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을 읽고
유현준 교수는 수년 전 <알쓸신잡>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 프로그램에서 유현준 교수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과 건축의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눈길을 끌었다. “아, 건축이라는 분야도 이렇게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구나.” 하는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그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015), 『어디서 살 것인가』(2018), 『공간이 만든 공간』(2020), 『공간의 미래』(2021), 그리고 최근의 『공간인간』(2025)까지 꾸준히 책을 펴냈는데, 나는 이번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을 통해 처음으로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보게 되었다. 놀라웠던 것은, 말로 들었을 때처럼 글에서도 유현준 교수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에 경도되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풀어내다 보면 글이 난해하거나 산만해지기 쉬운데, 유현준 교수의 문장은 명료했고, 독자의 호흡에 맞춰 술술 읽혔다. 건축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마치 우리가 길을 걷듯 자연스럽게 안내해주는 느낌이랄까.
이번 책에서 그는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 등 3개 대륙을 아우르며, 지난 33년간 직접 보고 감동을 받았던 건축물 30점을 소개한다. 모두 20세기 이후에 지어진 현대 건축물들이며, 단순한 외형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 건축물이 품은 시대적 맥락과 인문학적 통찰을 함께 풀어낸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공간들은 동시대 건축가들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 로서, 그는 그 공간이 어떤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건축가의 생각이 어떻게 현실로 구현되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책을 읽다 보니, 여행에 대한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베르사유 궁전이나 타지마할처럼 과거의 유명 건축물만을 둘러보는 데 급급한데서 벗어나, 우리시대의 건축물을 하나의 ‘생각의 장소’로 바라보고 경험해 보는 것도 새로운 여행 방식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은 건축을 전공한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 세상을 다르게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여행지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모두 열려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글이 어렵지 않아서, 한 장 한 장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계의 도시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