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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15

by 김진원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제목: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출판사: 문학사상

출간연도: 2016. 12.15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범함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도시의 청춘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고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었다. 막 스무 살이 되어 세상에 대한 부푼 기대와 동시에 두려움을 안고 있던 나에게 이 작품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책을 계기로 하루키의 에세이와 소설들을 30년 가까이 꾸준히 읽어왔다. 그의 작품을 따라 재즈 음악에 빠지게 되었고,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같은 곡들을 알게 되었으며, 하루키가 사랑했던 20세기 초반 미국 작가들—대표적으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세계에도 자연스럽게 발을 들이게 되었다. 나름 ‘하루키 덕후’로 인생의 2/3를 살아온 나에게, 이 회고록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는 건 일종의 통과의례 같기도 했다.


이 책에서 새삼 놀랐던 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키는 자신의 평범한 출발점과 한계를 솔직하게 돌아본다는 점이다. 그는 사춘기 시절, 스스로를 바라보며 “정말 잘난 데라 곤 하나도 없구나”라고 느꼈던 기억을 회상한다. 그는 자신이 ‘평범한 능력’ 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그 평범함을 보완하기 위해 누구보다 꾸준히 달렸고, 쓰고, 노력했다.

수십 년간 작품 활동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하루키의 원천은 바로 그런 비범한 꾸준함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통해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고, 그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과 작품 세계를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그는 자신의 묘비에 “작가(그리고 러너).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쓰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내 묘비에는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삶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 혹은 뭔가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책이다. 읽고 나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달려야겠다.”
“나도 오늘부터 무엇이든 꾸준히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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