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서평 #17
지은이: 양귀자
제목: 모순
출판사: 쓰다
출간연도: 1998. 6.27
TV 드라마 같았던 소설 ― 『모순』을 읽고
지금처럼 OTT 플랫폼이 흔하지 않던 시절,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미디어의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한 번 인기를 얻은 TV 드라마는 시청률이 60%를 넘기도 했다. 첫사랑, 사랑이 뭐길래, 모래시계 같은 작품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극적인 갈등과 클라이맥스, 생활의 지혜가 묻어난 대사들. 흥미롭게도 양귀자의 『모순』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그런
‘대박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주었다.
소설의 주인공 안진진은 평범하지 않은 가족사를 짊어진 인물이다. 그녀는 극과 극으로 다른 성향을 지닌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며, 삶과 사랑의 모순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그녀의
내적 독백과 부딪히게 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겹쳐지는 문장을 발견한다.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유난히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마치 안방극장에서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듯, 안진진의 삶에 빠져들게 된다.
문학의 긴 역사 속에서 시나 희극과는 달리 소설은 비교적 최근에 출현한 장르다. 상업이 발달하고 인쇄술이 보급되며 교육받은 중산층이 형성되었을 때, 여가를 채우는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소설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30여 년 동안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모순』은 ‘대중소설’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대중성을 기반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탄탄한 문학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모순』은 한 여성의
연애담을 넘어, 삶의 불가피한 갈등,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를 묻는 이야기다. 그래서 읽는 이는 어느새 주인공의 모순을 넘어, 자신이 품고 있는 모순과도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은 드라마처럼 쉽고
흥미로우면서도,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마련해 준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드라마와 같이 재미있는 소설을 찾으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