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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으로 떠난 여행.

by 보니또글밥상

꼬맹아, 한국에 있는 '추석'이라는 명절 연휴 기간 동안 넌 너의 별에서 잘 지내고 있었니?

언니는 이번 추석 연휴가 길어서 섬진강 쪽으로 여행을 다녀왔어.

오래전부터 섬진강에 가고 싶었는데 마침 이번에 시간이 허락되어서 다녀왔지.

섬진강 바로 앞에 있는 펜션으로 예약을 했는데 그 펜션이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펜션이었더라고.

그래서 펜션에 온 사람들이 다 개를 데리고 왔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너를 이렇게 좋은 곳에 데려오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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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펜션 테라스에서 바라보니 보호자 하고 개 한 마리가 산책을 하고 있더라.

그 외에도 어떤 가족들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와서 의자에 한 마리씩 앉혀놓고 구운 고기를 주고 있더라고.

언니도 테라스에서 고기를 굽다가 그 모습을 보는데 마음 한편이 아렸어.

꼬맹이 네가 건강하고 활동적일 때 이런 곳을 알아서 좀 데리고 올걸...

너를 그렇게 사랑하고 아꼈다고 하면서 정작 너를 위한 곳에는 데려가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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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키우는 동안 언니에게 힘든 일들이 많이 있었어.

그 힘든 일들을 겪는 동안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서 신경 쓰느라 너에게 소홀한 날들도 많았었지.

그런 일들이 계속 이어지던 어느 날,

날 이렇게 물끄러미 보던 너에게 하소연했던 것이 기억나.

"꼬맹아, 만약에 다음 생이 있어서 네가 지구에 또 태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반드시 돈 많은 집 딸로 태어나길 바라. 언니가 꼭 그렇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신께 빌고 또 빌고 또 빌게. 그래서 나처럼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 나의 말을 알아들었을까?

넌 그냥 날 빤히 이렇게 쳐다만 보더라.

그런데 그거 아니?

네가 아무 말 없이 어떤 미동도 없이 날 이렇게 바라만 봐준 게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

너의 존재가 참 힘이 되었던 순간이었지.

그래서 그 순간에 또 다짐한 것이 있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꼬맹이 너는 반드시 내가 끝까지 책임진다'였어.


꼬맹이 네 엄마 '다복이'를 사정이 있어서 지인 집으로 보냈다가 얼마 뒤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나 슬프고 힘들었던 마음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

그래서 너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고 너한테 치매가 와서 나를 힘들게 했어도 너를 포기하지 않았던 거야.

그렇지만 너와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고 소중한 게 훨씬 커서 다시 내가 나한테 와서 그전보다 더 나를 힘들게 해도 이젠 불평하지 않고 널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추석때 섬진강 여행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언니만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와서 미안해...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네가 없어서 슬프기도 했는데

그래도 언니가 네 생각 많이 하면서 너한테 보여줄 사진 많이 찍었으니까 사진 보러 와.

너한테 언니가 사진 보여주며 다 설명해 줄 테니까 알았지?^^


이제 가을이 와서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어.

가을엔 꼬맹이 너랑 가을 산책 많이 나갔는데 거기서도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산책 잘하고 있지?

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조만간에 다시 소식 전할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너를 그리워하는 지구인이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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