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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꿈을 꾸며 자고 있는 걸까?

by 보니또글밥상

여기저기 온 주변에 자신이 드디어 왔노라고 손 흔들고 다니느라 바쁜 '가을'이 왔어.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나한테 인사를 하더라.

나와 반갑게 나눈 가을 인사를 꼬맹이 너도 같이 나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가을비가 한동안 내리더니 오늘은 가을 하늘도 높고 파래.

꼬맹이 네가 지내고 있는 곳도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하늘이 파랗고 높은지가 또 궁금해진다.


오늘도 네 사진첩을 살펴보다가 곤히 잠들어 있는 사진을 발견했어.

날짜를 보니 2013년 9월 13일로 되어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그날 찍은 사진들을 더 찾아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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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날짜에 내가 널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아마도 그 산책이 널 피곤하게 했나 봐.

저렇게 곤히 자는 네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었던 것 같아.

사진을 찍으면서 무슨 꿈을 꾸고 있길래 미동도 없이 자고 있었는지 궁금했을 나였지만

잘 자고 있는 너를 깨우지 않았지.

아마도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겠지?


그리고 너 그거 아니?

너 잘 때 가끔은 잠꼬대도 하고 짖기도 하고 다리를 허공으로 막 휘젓기도 했다는 거.

못 믿겠다고? 정말인데... 내가 그 장면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어야 했는데...

어쩌면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니까 찾게 되면 꼭 보여줄게.

그 동영상 보면서 너무 쑥스러워하지 말길 바라~


어제는 평상시보다 일찍 잠에 들었어.

그렇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더라고. 계속 뒤척이다가 설핏 잠이 든 것 같았는데

내가 널 왼쪽팔로 안 떨어지게 잘 안고 오른손으로는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네 머리에 입맞춤을 하는 꿈을 꿨어.

지금 사진 속의 꼬맹이 너처럼 앳된 모습으로 나왔는데 그게 꿈인지 아니면 가끔 밀려오는 그리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내가 만들어낸 심리몽인지 잘은 모르겠어.

그러나 중요한 건 살아있는 모습의 너를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참, 언니가 너한테 편지로 쓴 글들을 추려서 브런치북으로 만들었는데 혹시 봤니?

봤다고? 마음에 들어?

아... 별로야... 왜?

네 사진이 예쁘게 나온 게 많이 없다고? 실물이 훨씬 더 귀엽고 예쁘다고?ㅎㅎ

보호자로서 미안... 나의 똥손을 용서해 줘...


아무튼 너에 대한 추억과 슬픔과 아픔을 문장 속에 녹아들게 했는데

덕분에 너를 보내고 난 후의 마음을 잘 추스를 수가 있었어.

어쩌면 꼬맹이 네가 여러모로 곁에서 아니면 너의 별에서 나를 지켜보며 돌봐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리고 첫 문장에 '가을' 얘기를 꺼냈으니 가을가을한 사진 몇 장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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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가을이 수놓은 풍경들이 예뻐서 사진으로 담았는데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었어.

실제로는 보지 못하겠지만...

만약에 틈이 나서 지구에 올 일이 있다면 내가 올려놓은 사진을 보며 네가 기억하고 있는 가을을 잘 추억하길 바라.


내가 너에게 늘 하는 말, 말 안 해도 잘 알지?

건강하게 지내고 아프지 말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며 행복한 시간 보내기.


우주의 공간만큼 너를 보고파하는 지구에서의 보호자였던 인간이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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