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추워졌어.
어제는 너무 쌀쌀했고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하마터면 이 언니가 바람에 날아갈 뻔했지 뭐야.
"어머, 언니!! 언니가 무슨 종이 인형인 줄 알아? 언니 절대 안 날아가. 어떤 바람이 불어도 안 날아간다고!!"
라고 흥분하며 짖는 꼬맹이의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 나의 착각이겠지?
워워~~ 흥분을 가라앉혀. 저 말 취소할게. 됐지?
그건 그렇고 웬 고양이 사진이냐고?
꼬맹이 너도 안면이 있는 고양이야.
전에 너랑 가끔 산책 갔던 작은 놀이터에 사는 길고양이인데 너랑 마주치면 서로 무관심해서 저 길고양이도 꼬맹이 너도 서로 그냥 본척만척하며 지나쳤었지.
이 길고양이를 너무 오랜만에 봤는데 예전보다 살이 많이 올랐더라고.
다가오는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서 털을 찌운 건지 아니면 이 길고양이를 잘 보살펴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 덕분에 이렇게 살이 오른 건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보살펴주시는 분의 덕분에 살이 찐 것 같아.
전에는 내가 츄르를 주면 잘 먹었는데 언젠서부턴가 내가 주는 츄르를 잘 먹지 않아서 좀 서운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지.
지난주에 그냥 너랑 자주 산책 다녔던 곳들을 걸어 다녔어.
그러다가 그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이 길고양이를 돌봐주시는 분을 보게 되었지.
이 분이 사진 속의 고양이를 부르셨는데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냉큼 모습을 보인 고양이를 보고 난 놀랐어.
전보다 너무 살이 쪄 있었거든.
그리고 그분이 챙겨주시는 사료랑 츄르를 잘 먹더라고.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
가끔 뵈었던 그분은 늘 두 마리의 몰티즈를 데리고 다니셨거든?
그런데 한 마리의 몰티즈만 데리고 오셨더라고.
그래서 잠시 망설이다가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혹시 다른 한 마리는 집에 있냐고 여쭤봤지.
그랬더니...
작년 12월에 자기 별로 떠났다고 하시더라.
그러시면서 아이가 너무 고통스럽게 아파하다 갔는데 차라리 안락사를 할 걸
괜히 마음의 부담감 때문에 아이를 그렇게 보낸 것 같아서 지금도 마음이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어.
그 말씀에 나도 모르게
"저도 작년에 반려견을 떠나보냈어요. 그 반려견이 너무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해서 안락사로 보냈는데 어떤 결정이든 힘든 결정인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길고양이가 사료 먹는 걸 보시면서 말없이 듣고 계시더라.
그러다가 다시 말씀하시길, 지금 같이 산책 나온 몰티즈는 심장에 병이 있어서 계속 병원을 다니고 있고 약도 먹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몰티즈는 고통 없이 보내주고 싶다는 말씀도 덧붙이시더라고.
그분이 다른 길고양이한테도 사료하고 츄르를 주고 계실 때 얌전히 앉아 있는 몰티즈를 가만히 보다가 용기를 내어 쓰다듬어 봤어.
사람 손길을 좋아해서인지 낯선 나의 손길을 잘 받아주더라.
연신 조심스럽게 자신의 개를 쓰다듬고 있는 날 보셨는지 갑가지 내게 물어오셨어.
"반려견이 몇 살 때 자기 별로 갔어요?"
"17살에 갔어요..."
"그래도 오래 잘 살다 갔네요..."
잠시 흐른 침묵을 깨고 다시 물어오신 건
"다시 반려동물 키우실 생각 있으세요?"
난 망설임 없이
"아니요."라고 대답했는데 그분도 내 대답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자신도 다시는 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라.
떠나보낼 때 너무 힘들었다고 하시면서 말이야.
지금 곁에 있는 반려견까지만 키우신다고 했는데 아마도 보호자들이라면 늘 고민하는 딜레마일 것 같아.
그분께 건강하시라고 인사드리고 얌전히 앉아있던 몰티즈한테도 건강하고 오래 살라고 이야기해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게 느껴진 걸 넌 알까?
지구에서 너하고 인연이 된 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서로의 행복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서로에게 그냥 있어주는 것만으로 행복한 시간 말이야.
내가 웃음이 많은 사람은 아닌데 너로 인해 많이 웃었거든.
내가 힘든 시기에 네가 있어서 억지로 버틴 시간들이 꽤 길었거든.
그래서 그 고마움에 널 많이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너도 나를 아주 가끔씩은 떠올리며 추억하고 행복해하면 좋겠다.
한국의 가을 날씨치곤 꽤 쌀쌀하지만 그래도 가을바람이 그립다면 조만간에 오길 바라.
내가 너한테 보여줄 예쁜 사진 많이 찍어놨거든~알았지?
너의 그 어떤 모습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는 지구인이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