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작년에는 이맘때 첫눈이 내렸는데 올해는 아직이네.
오늘 정도에 첫눈 내리면 꼬맹이 너한테 눈사진 잔뜩 보여주려고 했는데 아쉽다.
대신에 작년에 내린 첫눈 사진을 보여줄게.
그리고 올해 첫눈이 내리면 눈사진 잔뜩 찍어서 보여줄 테니 구경하러 와야 해, 알았지?
작년 11월 하순에 첫눈이 내렸는데 첫눈치곤 엄청 내렸었어.
그래서 그 첫눈을 맞이하려고 낙성대 공원에 갔었지.
너도 낙성대 공원으로 산책 가면 자주 봤었던 강감찬 장군 동상인데 이렇게 보니 색다르지?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관악산도 새롭게 보일 것 같아.
이 광경들이 너에겐 또 다른 그리움으로 다가갈까?
나처럼 첫눈을 설레는 마음으로 즐기고 간 사람들이 많았었나 봐.
눈 위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들을 보니 꼬맹이 너와 같이 눈길을 걸으며 작고 앙증맞은 네 발자국이 찍히는 걸 귀엽게 봤었던 기억이 떠올랐어.
눈이 내리면 꼭 아주 작은 꼬꼬마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이 눈사람은 몇 년 전에 만든 꼬꼬마 눈사람이야.
작년에도 꼬꼬마 눈사람을 만들긴 했는데... 음...^^;;
올해 잘 만드면 꼭 보여줄게.
꼬맹이 너와 산책하면서 종종 앉아서 쉬었던 벤치.
하얀 눈이 벤치 위에 내려앉은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이더라.
이 벤치만 보면 떠오르는 기억 하나.
내가 좀 쉬려고 앉으면 넌 그 꼴을 못 보고 빨리 일어나라고 나를 보채곤 했어.
너의 보챔을 내가 모른 척하면 내 다리를 발로 막 긁으면서 마치
"언니, 좀 일어나서 걷자. 얼마나 걸었다고 벌써 쉬는 거야? 난 신나게 달리고 싶고 걷고 싶단 말이야."
라는 표정으로 날 보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꼬맹아, 네 다리인 너와 두 다리 밖에 없는 나하고 속도가 같니? 같아?? 너 산책시키느라 난 정작 못 쉬었거든!!!"
하지만 이런 말은 절대 밖으로 내뱉지 못했어.
너의 눈빛과 표정을 이미 읽었기에 '끄응'하는 소리를 내며
"그래, 걷자~걸어~꼬맹이가 걷고 뛰는 걸 원하는데 해줘야지."
하며 너의 속도에 맞추어서 산책을 했었어. 덕분에 언니가 살은 덜 찐 것 같아. 그건 고맙게 생각해~^^
이젠 너와 함께 하지 못하는 벤치지만 이곳을 지나치게 되면 꼭 앉아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곤 해. 그리고 가끔씩 보호자와 반려견이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
보호자가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반려견이 보호자한테 빨리 다른 곳으로 가자고 보채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한테도 그런 행동을 했던 네가 떠올라.
처음엔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아.
나도 그 모습을 보며 너를 떠올리고 너와의 추억을 즐기니까.
언니가 많이 단단해지고 있단다.
이 사진 기억나지?
내가 브런치에 저번에 올리고 이번에 두 번째로 올리는 사진인데 저 꼬꼬마 눈사람을 너에게 보여주려고 가져갔었어. 난 네가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냄새도 맡고 호기심에 발로 톡톡 건드려 볼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저게 뭔데? 왜 나한테 저걸 가지고 와서 보여주는 거야? 나 저거 관심 없어, 치워 줘."
라고 표정에 좀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해마다 너에게 꼬꼬마 눈사람을 만들어서 보여준 나였어.
넌 그때마다 달갑지 않은 눈빛이었지만 그 모습마저 너무 귀여웠지.
올해도 꼬꼬마 눈사람 만들어서 너에게 보여줄 테니 기다려.
올해 들어서 너 없는 첫 번째 봄을 잘 보냈고 여름도 그럭저럭 잘 보냈어.
이어서 찾아온 두 번째 가을도 잘 보내고 있고.
이제 오고 있는 두 번째 겨울도 잘 맞이하려고 해.
또 크리스마스도 맞이하게 될 텐데 그때 멋진 크리스마스 광경도 사진으로 담아서 많이 보여줄게.
그때까지 각자의 별에서 잘 지내자. 넌 너의 별 12297018에서 나는 이 지구에서~
늘 눈에 담고픈 너를 오늘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