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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첫눈

by 보니또글밥상

꼬맹아, 오늘 서울에 첫눈이 내렸어.

늦은 오후에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저녁이 되니까 하늘에서 펄펄 하얀 눈이 내리더라.

그래서 내리는 눈을 조금 맞다가 너무 많이 내려서 결국은 우산을 써야 했지.

그래도 좋았어.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첫눈이었으니까.


다시 밖에 나갔을 때는 눈은 그쳤지만 아직 녹지 않고 쌓인 눈길을 걷기 위해 낙성대 공원에 갔거든?

그런데 오늘 내린 첫눈을 즐기려고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더라.

하얗게 내린 눈 위로 새겨진 발자국들이 많았거든.

그 발자국에서 느껴지는 첫눈의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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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 공원에 있는 강감찬 장군 동상에도 눈이 쌓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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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꼬맹이 너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2025년 산의 꼬꼬마 눈사람이야.

너무 대충 만들어서 볼품은 없지만... 너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거니까 좋게 봐주길 바라.

속으로

'아이고, 언니~내가 내 발로 만들어도 언니보단 잘 만들겠다.'라고 구시렁대지 않기~ㅎㅎ

너무 춥지 않은 날씨 덕에 곳곳에서 사람들이 만든 눈사람이 보였는데 그 눈사람을 보니 겨울이 오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긴 오늘 이렇게 눈도 내렸으니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거지.


이렇게 눈이 내린 날에는 거실창을 통해 내리는 눈을 구경하다가 살며시 너를 품에 안고 밖에 나가서 눈 오는 걸 보여줬었는데...

또 눈의 촉감을 느껴보라고 눈이 쌓인 곳에 꼬맹이 네 발을 살짝 올려놓기도 하고 눈 위에 찍힌 너의 발자국이 귀여워서 한동안 바라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꼬맹이 네가 있는 곳에도 지구에서처럼 눈이 내리는지 궁금해.

만약 내린다면 너는 지구에서와는 달리 신나게 눈을 맞으며 친구들과 뛰어놀까?라는 상상을 해보는데 아마도 넌 잘 뛰어놀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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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그친 밤하늘에 얼굴을 내민 보름달.

달처럼 안 보일 수도 있지만 달이란다...^^;;

내가 만든 꼬꼬마 눈사람이랑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이랑 같이 사진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좀 어색하게 나오긴 했지만 이것 또한 너에게 보여주려고 찍은 사진이야.


그리고 가끔 달을 보며 또는 밤하늘에 무수히 총총히 박힌 별들을 볼 때 내가 가보지 못한 달과 별에 꼬맹이 너는 가봤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곤 해.

강아지 친구들과 또는 고양이 친구들 그리고 다른 동물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소풍을 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했었지.


이젠 너에 대한 생각이 흐려질 만도 한데 여전히 짙은 걸 보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아.

그렇다고 걱정은 하지 마. 너도 너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듯이 나도 나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으니까.

그래도 뭐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좀 찾아와 주고.

그런데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반려동물이 꿈에 나타나지 않는 건 좋은 거라는데 정말 그러니?

아니 뭐 그냥 궁금해서... 이렇게 궁금해하는 나에게 대답해 주려고 꿈에 찾아온다면 난 대환영이야~^^



12월의 겨울밤이 깊어져간다.

어쩌면 꼬맹이 너는 꿈나라로 여행중일 수도 있겠구나.

그럼 방해하지 않을 테니 즐겁게 꿈나라 여행 잘하고 늘 건강하길 바라.

나도 건강하게 잘 지낼게.


첫눈을 보여주고 싶어 했던 지구인이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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