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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ug 09. 2022

블루밍턴 먹깨비의 ‘먹고’ 사는 일

미지의 세계 마트, 그 무궁무진한 행복


  먹고사는 일은 글자 그대로 중대한 일이다. 처음 블루밍턴에 와서 에어비앤비에 얹혀(?) 살 때, 요리하기가 영 좋지 않아서 주로 외식을 했다. 이 작은 동네의 맛집도 탐방할 겸 겸사겸사 열흘 정도 동안 외식을 했다. 미국식, 멕시칸, 타이, 중식, 한식 등 가리지 않고 먹어보았다.


  전체적으로 공통 키워드는 ‘양이 많다’였다. 어느 음식점을 가든 양이 기본적으로 많아서 약간 과식하게 된다. 맛도 다채롭고, 전반적으로 제법 입이 즐거웠다. 운 좋게 가본 음식점들이 대체로 괜찮았고 크게 실패했던 곳은 없었다.



  계속해서 사 먹다 보니 어느 순간 식욕이 약간 떨어지면서, 먹고 싶은 게 없어지는 시점이 왔다. 외식 음식에 물린 것이다. 양 많고 기름지고 간이 센 음식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도래했다. 해서, 집이 생기면 직접 좀 해먹자고 다짐했다. 대망의 입주를 마치고, 남편과 식료품 마트에 가서 대대적인 식재료 쇼핑을 해왔다.





 미국 물가는 전체적으로 한국보다 비싸고, 특히 인건비 때문에 외식 물가가 꽤나 비싸서 부담이 되었다. 그렇지만 식재료는, 특히 채소와 과일, 정육 종류는 한국보다 저렴한 것이 의외의 포인트였다. 소고기 꽤 큼지막한 한 팩이 6.99달러(한화 약 9천 원) 정도 밖에 안 했다. 수박은 한 통에 2만 원 정도 하던 한국과 비교하면, 블루밍턴에서는 한 통에 4.99-5.99달러(한화 약 7천-8천 원) 정도다. 복숭아와 초록사과도 상당히 맛있고 저렴하다.


블루밍턴 마트에서 제일 웃겼던 것은 바로 대파였다. 제육볶음을 해먹으려고 파를 찾다가 발견했는데,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아니, 무슨 파가 굵기가 성인 팔뚝만 한 것이, 크기도 무게도 어마어마한 것이 아닌가?


 한국인 네 가정 정도 나눠먹으면 될 만한 양을 최소단위로 2.99 달러에 팔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져왔다. 이 정도면 파만 먹다 죽을 양이다. 파 기름 볶음밥에 파전에 파 절임에 파김치를 먹어야 할 판이다. 과연 상하기 전에 얼마나 먹어치울 수 있을까? 정말 미지수다. 이곳 사람들은 파로 뭐를 해먹길래 저렇게 큰 파를 두 개씩이나 묶어 파는지 모르겠다.




꽤나 재미가 쏠쏠했던 장 보기를 마치고, 여러 식재료들을 지지고 볶아 간단히 요리해 봤다. 여태까지는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들로 주로 양식을 많이 해먹었다. 사진 순서대로 연어 스테이크와 구운 야채(1, 2) > 스테이크와 샐러드, 구운 새우(3) > 아침으로 먹는 시나몬 롤과 캡슐커피(4) > 시금치 스파게티(5) > 베이글 샌드위치와 천도복숭아, 초록사과(6,7)다. 최근에는 한식 재료들을 섭렵하여, 차차 한식도 도전해 볼 계획이다.



  마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있다면 바로 군것질이다. 사실 전공 분야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는 시리얼 종류가 너무너무 X100 많아서 구경만 해도 행복했다는 것인데, 여태까지 맛본 것으로는 (사진 순서대로) 시나몬 토스트 크런치(1) > 라이스 크리스피(2) > 오레오즈(3) 순이었다. 시나몬과 오레오는 대성공이었으나 라이스 크리스피는 당도가 1도 없이 밍밍해서 실패였다. 개인적으로는 시나몬 덕후라서 1번 시나몬 토스트 크런치가 너무 맛있었다.



  과자 종류로는 (1) 치토스 화이트 채다 맛, (2) 팝 타르트 시나몬 맛을 시도해 봤는데 둘 다 한국에 없는 맛이어서 처음 맛보고 눈이 동그래졌었다. 역시, 군것질이 최고다. 마지막, 제일 좋아하고 애정하는 젤리 파트다. (3) 트위즐러 딸기맛, (4) 스윗아츠 로프 젤리 딸기맛이다. 트위즐러는 남편과 내가 공통적으로 사랑하는 젤린데, 남편에게는 먹다만 미국 물의 향수를, 나에게는 원어민 선생님이 퀴즈를 맞힐 때마다 한 줄씩 주던 향수를 선사하곤 하였다.





마트는 여전히 설레는 미지의 세계이며, 맛봐야 할 것들 천지다. 남편 말을 빌리자면 마트에 갈 때마다 '눈이 돌아가곤 한다. 몰래 카트에 군것질을 스윽 하나 더 집어넣는 짜릿함이란...! 앞으로는 한국에 없는 과자와 젤리를 조금 더 탐닉해 보고, 한식을 포함해서 밥상 메뉴를 다양화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잘 먹어야 잘 산다. 먹는 것도 지혜롭게 잘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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