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은 지난 9월 말에 종영한 SBS 8부작 드라마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이은 변영주 감독의 두 번째 드라마 작품이다. 프랑스 드라마인 <사마귀>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극중 주연이자 여러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마인 필명 '사마귀' 역할을 고현정이 맡았다는 것 때문에 꽤 화제가 되었다. 이미 제작발표회 단계부터 고현정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연쇄살인마'의 캐릭터 빌딩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고, 그 연출을 변영주 감독이 총괄한다는 점에서도 화제성이 충분했다. 한국 드라마로는 아주 짧은 호흡인 8부작으로 편성되었으며 주조연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성에 호평을 받았고, 시즌 2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종영되었다.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은 다섯 명을 죽인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로 감옥에 수감 중인 '사마귀' 정이신(고현정)이, 그녀와 꼭 닮은 범죄 형태로 모방 살인을 시작하는 특정할 수 없는 살인마에 대한 사건에 단서를 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정이신의 아들 차수열(장동윤)은 최중호 형사(조성하)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경찰이 강력계 형사가 되었는데, 감옥에 수감 중인 정이신은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자신의 아들인 차수열을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살인마 어머니에 대한 증오, 그리고 세상에 감춰오려고 애를 썼던 어머니에 대한 정보들이 차수열의 주변에 드러나게 된다.
모두가 기대했던 고현정의 연쇄살인마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으로 작용하며, 사실상 고현정이 하드캐리하는 드라마로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의 초반은 시작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모방 살인이 일어나면서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는 '사마귀'의 실체는 경찰 내에서도 전설적인 인물이자 악독한 살인마로 묘사되기 때문에, 초반 캐릭터 설정과 분위기를 이끄는 일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고현정이 연기한 정이신 캐릭터는, 시종일관 알 수 없는 표정을 고수하며 극을 휘어잡는다. 고현정이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무기이자 극을 발전시키는 도화선 같은 인물임은 어떻게 보아도 부정할 수 없다. 정이신 캐릭터가 극중 모든 경찰들을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고현정도 특유의 존재감과 캐릭터를 씹어 먹은 듯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기를 반복하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이 고현정의 단독 퍼포먼스가 빛나는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는 지점은 정이신을 이루는 주변인들, 그러니까 아들이지만 연을 끊고 사는 차수열부터, 정이신을 가까이서 가장 오랜 시간 지켜본 형사 최중호 형사, 정이신의 아버지와 동네 사람들, 강력계 형사 팀원들과 차수열의 배우자 등 모든 캐릭터의 입체성에 있다.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의 목표는 정이신의 속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정이신을 따라서 살인을 저지르는 모방 범죄자이자 또 다른 연쇄살인마를 잡는 것이다. 극이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이 목표와 더불어 극중 모든 사람들의 사연이 점차적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머니에 대한 지독한 트라우마 속에 살아가던 차수열과, 아들의 안위만을 걱정하던 정이신의 벽 또한 허물어지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함께 성장하거나, 단죄의 파국을 맞는다.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의 마지막, 8부 내내 단 한 번도 내뱉지 않았던 단어를 차수열이 내뱉는 순간에 대한 여운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악인을 처단해야 살 수 있다는 관점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살려야 한다는 상반된 관점이 극을 지배하는 동시에 팽배하게 맞붙으며 더없이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생산해낸다. 짧은 호흡의 드라마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이 연출은, 변영주 감독이기에 그리고 고현정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지 여러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