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얼마 전 종영한 디즈니+ 드라마 <북극성>. 박찬욱 감독과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한 정서경 작가의 각본에, <왕이 된 남자>, <빈센조>, <작은 아씨들>을 연출한 김희원 감독이 연출을 맡아 공개 전부터 꽤 기대하던 드라마였다. 강동원과 전지현 조합의 첩보물에 존 조(!), 이미숙, 김해숙, 유재명, 박해준, 오정세, 원지안 등 걸출한 조연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사실로 인해 장기간 화제가 되었다. 특히 강동원은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어 이번 작품이 꽤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작이며, 정서경 작가와 김희원 감독의 두 번째 협업 작품이기도 하다.
<북극성>은 전 UN 대사였던 문주(전지현)과 국적불명의 비밀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특수 요원 산호(강동원)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으로 처음 만나 관계를 맺으며 발생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두 사람이 만난 배경에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이라는 굉장히 독특하고 파격적인 소재가 있다. 핵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일촉즉발의 상황이 한국을 토대로 진행된다는 설정과, 북한과 미국 그리고 제3의 국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는 첩보물인 관계로 <북극성>의 무대 자체는 상당히 넓고 광대하다. 이 속에서 '문주'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으나 수많은 상처를 안고 겨우 삶을 감당하는 존재로, '산호'는 그녀를 지키는 수호자이자 일종의 전사로 위치하고 있으며, 결국 <북극성>은 두 사람의 결합 자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북극성> 자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저조한 편이며 호평도 혹평도 아닌 어중간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모든 것을 차치하고 세계관의 설정과 확장을 이어가는 극의 초반, 말하자면 캐릭터들 각자의 서사가 명확하게 잡히며 각각의 사연이 드러나게 되는 극의 초중반까지의 분위기는 압도적이다. 9회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담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 보니 극중 중요한 설정 중 하나인 문주와 산호의 로맨스 전선을 빌딩 하는 과정은 상당히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만, 야망 있는 여자들의 전쟁, 말하자면 정말 여성 서사로 꽉 채운 드라마고, 그 사이에 파생된 인물들이 상당히 입체적이기에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첩보물 장르 내에서 평가하기에 액션신은 다소 약한 볼륨인 편이나, 그 빈 간극을 입체적이고 주체적 인물들의 설정과 연기, 그리고 소설을 보는 듯한 대사들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 기대한 만큼 즐거웠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