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동네작가 ep.24 | 어중간한책모임 2기
안녕하세요! 동네작가 김가현입니다 :D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강원도의 작업실에서
작년부터 <어중간한책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책 읽는 모임을 열고 있어요.
(작년 가을 1기를 시작했으니, 거의 일년만에 2기 모임을 열었군요;)
양질의 문화 생활이 쉽지 않은 시골 마을에서 같이 책 읽을 모임원을 모으고 자리를 연다는 게
창작을 업으로 하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저희에게는
꽤나 중요한 행사이자 깊은 의미를 가진 일이랍니다.
<어중간한책모임> 2기에서는 예술가의 천재성과 괴물성에 관한 담론을 담은
두 권을 도서를 함께 읽기로 했습니다.
클레어 데더러 <괴물들>, 그리고
지젤 사피로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첫 회차 모임은 영화 <피아니스트>의 명장면을 감상하며 시작했습니다.
책의 서두에서 예시를 든 예술가의 사례가 바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었거든요.
함께 나눈 대화들,
�예술가의 천재성이 괴물성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 같다
�예술가를 새장에 가둘 순 없다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은, 작가의 의도를 떠나 우연성을 품는 그 순간이라고 생각되는데 거기서부터 작가와 작품은 분리되는 것 아닌가?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나누며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예술작업을 하는 당사자로서, 그리고 관객이자 후원자로서 이 담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또 내가 사랑하는 예술가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 겪었던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들을
꺼내놓으면서 대화가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시냅스가 팡팡 터지는 양질의 상호작용 속에서 행복한 마음으로 책모임을 마쳤어요.
벌써 2회차 모임이 기다려지네요!
도시에서보다 한결 느긋한 리듬 속에서,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사유를 나눌 수 있는
이 책 모임이 참 좋습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나눈 진지한 대화들은,
때론 잊고 지냈던 감각들을 다시 깨우고 머릿속에 맑은 바람을 불어넣는 듯한 환기를 선사하죠.
생각이 맞닿는 그 순간의 기쁨은 다른 어떤 화려한 문화보다도 더 크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