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도 달리기도
그 유명한 하루키를 비롯한 많은 작가가 쓰는 흔한 은유이긴 하지만, 글쓰기는 달리기와 참 비슷한 것 같다. 글쓰기도 처음엔 흰 여백을 마주하며 어떻게 채워야 하나 막막함을 느끼듯, 달리기도 운동화를 신고 집 앞을 나설 때 언제 다 뛰고 오나 싶어 집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한 글자 적다 보면 어느새 여백은 검은 글씨로 가득 채워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GPS로 지도에 선을 그리며 5km, 10km씩 뛰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게 긴 호흡의 작업을 해 나가려면 빠르기보다는 느림의 미학이 필요한 듯하다. 빠르게 하려다 보면 처음엔 잘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호흡이 딸려 지쳐버리거나 어딘가 크게 다쳐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내가 목표로 한 곳까지 빨리 도달하고 싶어 서두르다 보면, 모순되게도 그곳에서 너무 먼 거리에서 도전을 멈추어야 하는 것이다.
한동안 나는 글쓰기에서 너무 빠른 성취를 원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별로 많은 글을 쓰지도 않았으면서 실력이 늘기를 바라고 내가 쓴 글이 인정받기를 바라다 보니, 어느 순간 글을 쓸 때마다 기대보다는 불안으로, 즐거움보다는 의무감으로 글을 써왔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 내 생각과 감정을 이렇게 한자 한자 적어 가면서 조금씩 인식의 저변을 넓혀가고, 언젠가 이 글들이 내 미래에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하며 글을 써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