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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오 May 03. 2024

쿠팡이츠로 배달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배달앱으로 시켜만 먹었지 배달을 직접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수입이 없어 끙끙 앓고 있는 나를 보다 못한 친오빠 왈.

"그렇게 돈 필요하면 배달이라도 한 번 해봐!"

개인사업을 하는 오빠는 중간에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배달알바를 하고 있었다.

내.. 내가 배달을? 과연 할 수 있을까?

배민으로 시켜만 먹어봤지, 직접 배달하는 일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

플레이스토에 가서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일단 오빠가 추천한'쿠팡이츠 배달파트너'라는 앱을 깔았다. 이 앱은 배달원들이 이용하는 전용 앱이다.

앱을 깔았다고 바로 배달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안전교육영상도 필수로 몇 시간 봐야 했고 차량보험도 따로 신청해야 했다. 내 차로 운전한다고 해서 차량보험이 같을 줄 알았더니 배달알바로 일하는 용도는 또 별개란다. 얼마나 번다고 시작하기도 전에 돈부터 떼일 생각 하니 이거 잘하는 건가 싶다..


어쨌든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앱을 켜는 순간 갑자기 큰 소리로 핸드폰에서 띠링띠링 벨이 울린다!!!

처음 들어보는 큰 벨소리!! 나라에서 긴급안전문자 울릴 때랑 비슷한 수준이다.

으악! 뭐야 이거 잡아야 하는 건가??

심장이 두근두근. 일단 집 근처라 수락을 눌렀다. 그다음엔? 바로 음식점 주소가 보이는 화면으로 넘어간다.

부랴부랴 뛰어서 달려갔다. 집 앞 상가 횟집을. 

핸드폰 화면에 뜬 주문번호를 말한 뒤 음식은 받았지만 배달 주소지는 따로 붙어있지 않았다.

나가려다 다시 주춤주춤 사장님께 가서 물어보았다.

"사장님, 배달주소지는 없는데요?"

사장님 눈이 동그래진다.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냐는 표정으로.

그때 다른 배달원이 들어와서 나가려다 내 사정을 눈치챘는지 핸드폰을 같이 봐주셨다.

"여기 들어가면 배달지 보이시죠? 이렇게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아 네네 감사합니다!!"

그 배달원의 호의로 나는 무사히 첫 배달을 마칠 수가 있었다. 왠지 모를 동지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급여는 일주일 단위로 정산돼서 드디어 내 통장에 찍혔다.

눈물 나는 첫 배달수입...

배달앱 화면을 보는 거에 익숙해졌다면 배달일은 마스터한 거나 다름없다. 

사실 배달앱을 처음 어떻게 실행시키고 어떤 루트로 일이 진행되는지 몰라서 겁나는 거지, 하다 보면 그 다른 어떤 일보다(정신적인 면에서는) 편하지 않나 싶다.

일단 비대면이라 누군가를 마주치지 않아도 되며, 너무 서둘러서 음식이 바뀌는 실수만 안 하면 된다.

가끔 치킨집에서 치킨이 바뀌어 사장님과 배달원이 각각 손님과 고객센터에 양쪽으로 정신없이 전화하는 모습을 본다. 아마 마음이 급해서 휙 보고 가져가다 그런 사고가 터지는 게 아닌가 싶다.

한 건이라도 빨리 배달해야 내가 돈을 버니까. 하는 만큼 버니까 속도도 내게 되고 그러다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배달일이 아무리 쉬워 보여도, 어쨌든 도로 위에서 운전으로 돈을 버는 일이다. 결국 목숨과 직결되는 일이다. 나 역시 일이 익숙해지자, 빨리빨리 배달하고 다음집 가야지 하는 마음에 과속을 하기도 했다. 오빠가 일 시작하기 전 나에게 반복적으로 했던 말.

"천천히, 막 빨리 가지 말고, 급하게 하지 마. 알았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일이 손에 익혀지면서 깨달았다. 언젠가는 카메라에 과속 찍혔나? 싶을 정도로 밟아서 한 2주간은 집에 딱지가 날아올까 봐 조마조마한 적도 있었으니까..


쿠팡이 익숙해진 뒤에는 배민도 깔아서 양 쪽으로 페이를 비교하면서 일을 나가곤 했었다.

가끔 페이가 아주 센 날에는 한 건에 14000원이 넘은 적도 있었다. 비 오거나 날씨가 아주 궂은날. 자주 있는 일은 아니기에 그런 날은 한마디로 '개꿀'이었다. 그날은 딱 한 건만 하고 집으로 맘 편히 돌아왔다. 페이가 낮은 날에 비하면 4배 정도 되는 금액이었으므로.


남들 밥 먹을 때 해야 하는 일이라 저녁밥상 차려놓고 나갈 채비를 하면, 가지 말라고 붙잡는 둘째에게 '엄마가 나중에 치킨 사줄게' 이렇게 달래면 마지못해 풀어주곤 했다. 

자식이라는 존재는 엄마를 움직이게 만들고 강하게 만든다. 여자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엄마라는 감투를 쓰는 순간 없던 힘도 솟아나게 하는, 그야말로 슈퍼파워가 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배달알바는 도전해 보니 그래도 해 볼 만한 일이었다. 

지금도 경제적으로 이번달이 좀 힘들겠다 싶으면 배달어플을 켜곤 한다. 

그래도 회사를 관두고 아이들 셔틀 하느라 장롱면허 탈출한 게 써먹는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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