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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뇌르 Jul 20. 2024

지금을 기억하기 위해 쓰기를 시작하다

며칠 전 존경하는 모 작가님과 점심을 함께 먹었다. 글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제 아무리 인상 깊은 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옅어져 버린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30분씩이라도 오늘을 기록하기로 했다. 컴퓨터를 켜고 브런치를 열어 제목을 적기까지 30분이 넘게 걸렸다. 내일은 더 나아지려나.


2024년 7월 5일, 기획과 번역을 한 책이 출간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판매 실적이 좋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은 로또 당첨여부를 확인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각종 온라인 서점의 판매지수와 순위를 확인하는 일이다. 순위가 하락하면 바닥이 푹 꺼지는 것처럼 마음이 내려앉고, 순위가 상승하면 한편으로 기쁘면서 너무 더디게 오른다며 불평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정량적인 수치보다 더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출판사 편집자님이 전해주신 한 이야기인데, 어느 독자 분께서 출판사로 전화를 걸어 책의 오탈자 몇 가지를 말씀해 주시면서 이런 책을 내주어서 참 고맙다란 말씀을 하셨다는 것이다. 부족한 내가 기획하고 번역한 책이 누군가에게 가닿고 또 고마운 존재라 되다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책의 운명, 의미, 쓸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사실 기획한 책을 만난 건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초보 번역가인 내가 쉽게 번역할 수 있으면서도 국내 출판사에서 흥미를 가질만한 책을 찾으려고 했다. 책의 의미나 쓸모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은행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뒤늦게 번역 공부를 시작한 내가 번역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던 책이었지만 다행히 출판사에서 마감기한을 여유 있게 준 덕분에 간신히 마칠 수 있었다.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역사서와 미술책을 독파했다. 고생은 꽤 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다음에도  의미 있는 책을 만날 수 있게 될까? 그 책이 출간되면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고마운 책이 되어줄, 그런 책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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