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깨닫는 ‘주인이 있다는 것’의 문화적 의미
'주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왜 매장은 이렇게 달라질까?'
나는 이상한 통계를 하나 가지고 있다. 내가 호치민에 갔다 오거나, 한국에 잠깐 다녀오는 날이면 매출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하루에 한두 번이면 우연이라 하겠는데, 몇 년 동안 반복되는 패턴이라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내가 직원들을 못 믿는 걸까?
아니면, 우연히 손님이 적은 날만 골라 내가 이동하고 있는 걸까?’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들이 서로 밀고 당긴다. 직원들을 믿어야 한다는 건 너무 잘 안다. 나도 사람이고, 그들도 사람이고… 서로 믿고 가야 일상이 굴러간다. 그런데 CCTV를 설치하지 않고 지내는 것에 대해 가끔은 아쉬움이 스친다. 믿음과 불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랄까?
어제는 아침 일찍 주방장의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왔다. 잠시 후엔 다른 주방 직원이 몸이 너무 불편해, 오늘은 영업을 쉬는 게 어떻겠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자기 혼자 하루종일 힘들고 싶지 않다는 조용한 반항일 것이다. 두 사람의 메시지를 읽고 난 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늘은 하루 영업을 중단합니다.”
그렇게 고객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그리고 오늘. 다시 가게에 나와보니 점심시간에 단체 손님만 두 팀이 왔다. 다른 손님들도 줄줄이 이어졌다. 결국 주방 직원 한 명과 나 둘이서 온몸을 굴려가며 영업을 했다. 주방 안팎을 오가며 뛴다 해서 당장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매출이 나왔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다시 의문이 고개를 든다.
'내가 없으면, 손님이 알아서 안 오는 걸까?'
유통업에서 25년 넘게 살았지만, 이건 아직도 모르겠다. 사람의 발길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감정, 분위기, 관계… 이런 것들이 매출이라는 숫자에 스며들고 흔들고 누른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주인이 직접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신뢰이자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손님들이 많은 것 같다. 그 문화적 정서가 내 매장에도 묻어 있는 걸까?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주인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힘'
그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는 것 같다.
오늘도 그 생각을 품고, 다시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