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작 할머니를 떠올린다
깍두기가 그리울 때
아보카도를 봤을 때
미국 사는 이모가 그랬지
엄마가 아보카도를 참 맛나게 잡쉈다고
놋그릇에 담긴 푹 퍼진 라면
소고기 잔뜩 찢은 미역국
깍두기 그리운 마음보다
푹익은 아보카도 한 번 사드릴 걸
과카몰리 한 번 드셔 보게 할 걸
아보카도를 볼 때마다 후회를 다신다
엄마가 지나가듯 말했지
나도 엄마가 있었음 좋겠다고
언젠가 나도 엄마가 있었음 싶을 때
고작 어떤 후회들을 떠올릴까
요맘때 요거트맛
제철 나물
고등어자반
연어덮밥
냉메밀
홍어무침
회냉면
닭날개 튀김
삼겹살
애플파이
가끔 반주하던 소주 세 잔
순댓국
동네 트럭 순대
바닐라라떼
노란 맥심커피
단감
에이스샌드
너구리 컵라면 작은 거
나 그냥 지나가듯 엄마를 그리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