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ndLine Jul 22. 2023

응급실입니다. 보호자시죠?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

  경찰에게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머니에게는 몇차례 병원에서 전화로 수술 동의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그렇게 쉬지않고 병원에 도착했다.

무더운 8월이지만, 수술실 앞 공기는 차가웠다. 가족들이 수술실 앞 의자에 앉아 멍하니 기다린다.


수술 중이던 의사가 나와 수술 상황을 설명해주며 말한다.

다리를 잘라 내야 할 것 같아요. 

  "사고로 인해 뇌출혈이 심한 상태라서 뇌사의 가능성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자가호흡이 없는 상태입니다."

  "수술 중 이렇게 나온건 다리를 잘라내야 할 것 같아서 먼저 동의서를 받으러 나왔습니다. 개방성 골절로 다리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최대한 살려보겠지만 다리를 잘라내야 할 것 같아요."


  어머니는 담담하게 다리 절단(Amputation) 수술에 대한 동의서에 보호자 서명을 하신다. 다리도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죽으면 다리가 무슨 소용이냐며 담담해 하셨다.


  뒤늦게 동생에게 들었지만, 경찰을 따라 사고 현장을 살피러 간 사이 어머니는 한참을 우셨다고 한다. 어릴적 찢어지게 가난했던 집안에서 자라 형제 몇을 보셨었다. 지금의 막내동생은 모르는 일이지만, 어릴적 동생을 먼저 떠나 보냈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모든걸 다 이겨내고 악착같이 자식들을 키워낸 강한 부모님들이셨다. 지난 세월의 야속함일까, 또 자식을 떠나보내야한다는 서러움일까. 어머니가 그렇게 우시는건 처음 봤다고 한다.


  수술실 앞에 앉은 가족을 뒤로하고, 사고 수습을 하러 다녀온 3시간 동안 수술은 끝나지 않았다. 병원에 다시 돌아오고 1시간이 지났을까? 수술이 끝났다며, 의사가 와서 경과를 얘기해준다.

다리는 살려냈지만, 호흡이 없어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젊은 나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다리 절단을 많이 고민하셨다고 한다. 정말 자르려고 절단 톱을 준비하는 동안 다행히 혈류가 돌기 시작해 조금 더 지켜보자고 절단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제서야 사고 후 형의 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듣게 된다. 사고 후 심정지 상태로 구급대원에게 발견 됐었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와서는 다행히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자가호흡이 안되는 걸 보아 뇌 기능이 손상된 것 같고 자가 호흡이 계속 없다면 뇌사로 생각해야한다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구급대원이 사고 후 몇분만에 도착했을지가 중요할 것 같았다. 병원에서 나와 출동했던 소방서(안전센터)를 찾아가니, 사고 후 며칠이 지나야 '구급활동일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수술 직후라서 가족 중 한명만 면회가 된다고 했다. 어머니가 면회를 하러 들어갔다 오셨다. 그때 어머니는 어떤 심정이셨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그때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하며 형과 관련한 일처리를 하곤 한다.

작가의 이전글 경찰입니다. 보호자시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